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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연애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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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영 Jul 30. 2016

첫 만남 그리고 1년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우리는 처음 만났다. 약속시간에 맞춰 일찌감치 도착했던 짝꿍은 처음에는 날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다고 했다. 카톡 프로필 사진의 내 느낌과 실제 내 느낌이 다르다고 했다. 다소 위험할 수 있는(?) 이 발언은 실제 내 모습이 더 마음에 든다는 그의 진심 어린 말과 함께 그 무엇보다 달콤한 사랑의 속삭임이 되었다.


그를 처음 보자마자 많은 생각이 휩쓸고 지나갔다. 나도 동안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 편이지만 그도 만만치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 보여서 놀랍기도 했고 반짝이는 눈빛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첫인상의 하이라이트는 짝꿍의 옷차림이었다! 우리의 첫 만남은 소개팅과는 다른 형태였음이 분명하지만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편안하게 나온 짝꿍의 모습에 '아 정말 그냥 이야기만 나누려고 나왔구나. 날 여자로 생각하지는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다소 서운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편안해지는 묘한 감정을 느꼈더랬다. (그런데 나중에 이게 더 큰 장점으로 작용했으니 참 재밌는 일이다.) 눈빛을 반짝이던 그가 나에게 농담을 던졌고 나도 지지 않고 농담으로 받아치며 그렇게 우리의 첫 만남은 유쾌하게 시작되었다.


내가 광화문을 만남의 장소를 정했기에 저녁을 먹을 곳도 내가 정하게 되었는데 (이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짝꿍에게 당한 것 같다. 그는 이런 걸 정하는데 취미가 없다.) 나도 맛집 같은걸 잘 몰라서 평소 친구들과 가던 곳으로 갔다. 분위기가 괜찮은 곳이고 익숙한 장소였고 무엇보다 그의 옷차림에서 나의 경계가 이미 많이 풀려버린 탓에 평소 내 성격과는 다르게 스스럼없이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나는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데 이상하게 짝꿍에게는 이런저런 얘기를 꺼내어 놓았고 얘기를 하면서도 마음에 걸리지 않았다. 평소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얘기를 들어주는 그가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유도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항상 견고한 내 마음의 빗장이 풀리다 못해 그를 안으로 초대하고 있었다니 지금 생각해도 그저 놀랍기만 하다. 실제로 짝꿍에게도 얘기했었지만 그의 외모가 내 이상형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해하지 마시길, 짝꿍이 못생겨서가 아니라 너무 잘생겨서다!) 마음이 먼저 움직였다고 생각하니 인연은 마음이 먼저 알아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첫 만남에서 음식이 다 식도록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고 헤어질 시간은 아쉬움을 만들어 결국 다음을 약속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날의 '다음'은 그 뒤로 더 많은 '다음'을 만들었고 그렇게 그와 나는 '우리'가 되었다. 아직도 그가 고백하던 날의 기억이 또렷하다. 첫 만남에 대한 기억도 이렇게나 막힘없는데 오죽할까 싶어 바보같이 혼자 큭큭 웃음이 터질 만큼 그와 함께한 시간은 참 좋았다. '함께 걸어갈래요?'라는 그의 고백에 '그래!'라고 대답하고 처음 맞잡은 그의 손에서 전해지던 조심스럽지만 단단한 마음이 여전히 내 마음에 고스란히 남아있을 만큼 말이다. 물론 매일이 핑크빛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해 진심이었고 서로에게 그 진심을 전함에 있어 겁내기보다는 용기를 냈고 미루기보다는 부지런했다. 그리고 그만큼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


스물아홉과 서른에 만난 우리. 어리지만은 않은 나이에 만나 사랑 앞에 마음보다 머리가 더 활발히 움직일 수도 있었을 테지만 감사하게도 둘 다 마음이 더 열심히 움직여주었다. 덕분에 함께한 시간만큼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서로에게 솔직했던 만큼, 그 진심만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단단해진 우리가 되었다. 그리고 난 그런 우리가 정말 좋다.


"나도 지금의 우리가 참 마음에 들어요. 이런 고백을 할 수 있게 해 준 그대 항상 고맙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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