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리파이어 라이프
제가 네이버, 삼성전자, 요기요, 빗썸 중심으로 이력을 소개하다 보니 제가 처음부터 빠르게 성장한 좋은 회사만 다녔을 거라는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이 글을 씁니다.
이력서에는 쓰지 않는 직장이 있다. 대학교 졸업 전에 취업하여 4개월 남짓 다닌 회사다.
20여 명 좀 안되던 스타크래프트 게임리그 운영사였다. 대표는 지르고 실무자들이 뒷수습을 하는 형태로 회사는 운영되었다. 코파운더인 나보다 4살 어린 친구가 나의 본부장이었다.
입사 때 약속한 3개월 수습 후 정규 급여 지급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부터 이상했다. 낮은 냉장고 위에 놓인 4개월 전 워크숍 사진에 4분의 3 이상이 모르는 사람일 때 의심은 더 커졌다.
평균 경력이 2년이 채 안 되는 초급 기획자와 개발자 그리고 출력물 디자인 경력이 전부였던 디자이너와 함께… 3달 만에 스타크래프트 배틀넷 같은 글로벌 게임 플랫폼을 만드는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였다. 당연히 목표한 기간이 되었을 때 만들어진 서비스는 론칭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경력이 좀 있던 동갑내기 팀장이 짤리는 걸로 결론이 나면서, 우리 팀은 모두 전원 퇴사를 결심한다. 근 3달간 …2평짜리 공간을 열십자로 나눈 4개의 침대칸에서 잠을 청하고, 크리스마스도 사무실에서 보내면서, 서로 매일 아귀다툼을 하던 사이가 처음으로 의기투합이 된 순간이었다.
사무실을 나서며 동료들과 근처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고, 우리는 서로의 건승을 빌며 헤어졌다. 지하철로 걸어가는 동안 살짝 막막하긴 했지만, 기분은 속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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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사를 들어간 배경은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