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심플리파이어 한성희
Apr 01. 2024
X는 부랴부랴 머리에 왁스를 바르고, 집 앞을 나섰다. 약속은 집 앞의 카페. 보슬비가 가볍게 와서 살짝 뛰면서 카페에 도착했다. 카페 여주인은 눈인사를 하며 X가 늘 먹는 파푸아뉴기니아 원두로 드립커피를 내린다.
약속 시간이 되었다. 휴대폰을 열어보니 뛰어오는 사이에 카톡이 와있었다.
'지금 열심히 가고 있습니다. 이제 지하철 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늦을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X는 맘이 넓게 답을 보낸다.
'저 쉬고 있을 테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뛰어오세요.'
'넵! 빨리 가겠습니다;;;'
2주 전쯤이다. X의 링크드인으로 처음 보는 이웃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안녕하세요 코치X님, 평소에 코치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저희는 대학생 창업자로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는데 한번 만나 뵙고, 조언을 들을 수 있을까 해서 메시지를 보냅니다.'
다른 상업적인 메시지는 못 본 척 넘기지만 X도 대학생 시절 기획안을 가지고 선배나 교수들을 찾아가 조언을 들었던 기억이 있어, 흔쾌히 메시지에 회신을 주고 오늘 미팅을 잡은 것이다.
잠시 후 남학생 하나와 여학생 하나가 우산을 접고 들어오면서 꾸벅 인사를 한다.
"바쁘신데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요즘 바빠서 다른 미팅은 미루는데, 여러분 같은 학생들은 꼭 봐야죠. 자~ 음료부터 주문하세요"
주문 후 사람들이 없는 쪽 4인석 테이블에 자리를 잡자 남학생이 설명을 시작했다.
"저희는 간단한 질문을 올리면 유명한 교수님들이 답변을 하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피그마로 기획한 프로토타이핑을 보여줬다.
"음~" X의 눈매가 살짝 진지해진다.
"여기에 생각하는 사람 이름을 넣어봤나요?"
"네 링크드인에서 유명하신 한수정교수님과 질문자는 스타트업 대표를 생각해 봤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는 이 간단한 질문에 얼마를 지불할 수 있을까요?"
"아~ 그리 큰돈을 지불하긴 어려울 것 같은데요."
여학생이 말을 거든다 "그래도 다른 사람도 그 답변을 보고 싶어 추가적인 비용이 계속 발생될 수도 있을 거예요."
"그 금액이 한수정 교수님이 이 서비스를 쓰는 동기 요인이 될까요?"
두 명이 서로를 쳐다보더니 남학생이 "그 정도 금액이 되지는 않을 거 같은데요?"라며 머리를 끄적인다.
X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눈을 잠깐 머리 쪽을 본 후 얘기를 시작한다.
"이런 투사이드 서비스는 각자가 방문하고 행동을 하게 할 동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냥 이상적인 생각으로 서비스를 만들면 안 되고, 교수와 고객 두 명이 행동을 해야 할 동기요인을 강하게 만들어줘야 해요."
"교수님 쪽은 레퓨테이션, 공헌효과 또는 금전 등의 혜택을 강하게 제공해줘야 하고, 이용자 쪽은 자주 방문할 동기와 비용을 지불할 의지를 만드는 게 중요해요."
"한번 교수님 쪽의 동기요인을 줄만한 것들을 아이데이션 해서 찾아보시고요. 가설을 세운 후 교수님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해보세요. 어떤 게 매력적인지, 하실 의향이 있는지 등등"
여학생이 물었다. "그 피드백을 받은 후 바로 서비스를 개발하면 될까요?"
"확신이 들면 간단한 테스트 서비스를 만들어보세요. SaaS나 구글폼 같은 것으로도 좋으니 그걸로 서로가 간단한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사람들이 질문과 답에 만족하는지, 메시지 길이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보고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그거 정말 좋은데요. 결과가 나오면 꼭 그렇게 만들어볼게요." 남학생이 유레카를 외치듯 얘기한다.
"코치님 오늘 너무 좋은 말씀 많이 들어서 이 보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니에요. 무슨 보답은요. 빨리 잘돼서 저 코치로 채용하세요. ㅎㅎ"
X의 농담에 두 학생은 활짝 웃는다.
카페에서 나온 후 셋은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미경아, 얘기 너무 많이 했더니 배고프다. 우리 제육 어때?"
"기영아 너 센스 없이... 나 다이어트 중인 거 몰라? 샐러드나 먹으러 가~!!!"
"아~ 샐러드 먹으면 집에 가서 또 야식 먹게 되는데~ 너 때문에 나만 살찐다니깐~"
X는 자신의 얘기에 감명을 받은 둘이 열심히 격논을 벌이는 것 같아, 만면에 미소를 짓고 그들이 안 보일 때까지 뿌듯하게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