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총괄로 임원을 시작한 몇 개월의 온보딩 기간은 역량을 맘 껏 펼칠 수 있는 최적의 회사에 입사를 한 것 같았습니다. 프로덕트의 핵심적인 개선 포인트도 찾아내서 인정도 받고, 상사도 조직원들도 호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협업부서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과제들을 인입하려 하고, 개발팀에게는 주말야근을 해서라도 해줘야 하는거 아니냐는 말을 입에 달고 지냈습니다. 개발팀은 이런 경영진과 꽤 오래 각을 세웠는지 새로운 개발자가 와도 자신들의 편이라고 생각되지 않으면 DB를 볼 수없게 했고, 한 명은 매일 퇴근 시간 10분 전이 되면 개발자들 사이를 돌며 "퇴근 준비하세요"라고 하고 돌아다녔습니다.
이 어려운 상황의 중심에 있던 CTO들은 1년을 버티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 새로 부임해 개발조직을 변화를 시키려던 CTO는 큰 교통사고가 나면서 개발경력이라고 중학교 때 베이직이란 프로그래밍 언어를 한학기 정도 배운 제가 6개월 간 CTO 대행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이 혼란의 틈바구니에서 대표와의 오해로 좋았던 관계까지 틀어져 버렸습니다. 꼬일대로 꼬인 상황에서 어떨게 할지 모르며, 주말이 되면 소파 한켠에서 우울중에 빠져 혼잣말을 하고, 일요일 저녁이 되면 정신 차리기를 2년을 보냈습니다. 이 시절 연말평가 때 제 인생에서의 가장 최하점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제 위치가 정규직이였고 담당하던 서비스 지표는 상승 중이었기에 짤리는 걸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 뒤 경험 많은 경영진들이 합류를 하며, 갈등이 가득하던 임원관계는 안정을 찾게되고 저는 프로덕트 총괄의 자리를 내려놓고 UX쪽만을 맡습니다. 이 상황을 기회삼아 지나간 2년간을 회고하고, 과제의 우선순위 문제, 조직간 갈등문제 그리고 임원의 리더십 등에 대해서 매일매일 연구하고 해결방법을 찾아 하나씩 실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운이 좋게 그해 제 인생 최고점의 평가를 받게됩니다.
그 갈등과 혼란의 시기는 그 뒤 몇년간 떠올리기도 싫은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심플리파이어라는 코칭사업을 시작하면서 그 시절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한 저만의 방법들이 스타트업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 적용 후 목표에 집중하며 조직간 갈등은 감소하고 성장속도를 가속 시키는 저만의 사업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만약 그 시기를 실패로만 생각하고 그냥 자포자기했다면 오늘날 이렇게 꿈꾸던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을 겁니다.
"한 코치님은 실패한 경험이 있나요? 경력만 보면 승승장구 했을 것 같은데요..."라는 질문을 종종 듣습니다. 시련의 경험은 몇날몇일을 얘기할 정도로 많고,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서는 실패로 생각할 경험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기를 실패가 아닌 성공의 빌드업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만나는 어려운 문제들이 저를 더욱 강하게 해줄 거라는 믿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혹시 실패했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잠시 슬퍼는 하되, 너무 깊게 좌절은 하지 마세요. 그 것이 당신의 더 큰 성공을 만드는 기회로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