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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에게 기획력이 필요한 이유


내가 기획을 시작하던 2000년대 그때는 기획자와 디자이너로 구분이 되어 일을 하였다. 기획자가 스토리보드를 만들면 그걸 바탕으로 디자이너가 서비스 디자인 화면을 만들었다.


디자인 화면이 나온 후 많은 갈등을 빗는 지점은 ‘왜 스토리보드대로 디자인을 안했냐.’는 것이었다. 기획자는 비즈니스 목적과 사용성을 고려해 몇날 며칠을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는데, 디자인 시안에는 그런 것들이 반영이 안되거나 변형이 된 것이 불만이었다. 디자이너나름대로 심미적인 것을 고려하여 버튼을 생각하거나 위치를 옮기거나, 새로운 이용 플로우로 만들었는데 그걸 이해 못하는 기획자가 불만이었다.


오늘날 나는 PO(Product Owner)와 UX디자이너 체계 중심으로의 변화를 반긴다. 기획자와 디자이너 관계에서는 오버랩 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갈등도 많고, 중복되는 작업에 소모되는 시간도 많기 때문이다.


기획자는 사업전략의 이해, 데이터분석, 스쿼드팀의 과제 관리, 협업 관리라는 사업 성공을 책임 지는 PO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디자이너는 스스로 고객을 리서치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업적 목표에 맞게 고객의 사용성을 책임지는 UX디자이너 역할을 담당한다.


이렇게 되면 중복되는 영역도 크게 줄어들고, 스토리보드 대신 디자인 산출물이 시각화의 시작점이 되어 고객이 눈높이에서 화면 설계가 가능해진다. 나 같은 경우는 가벼운 사전리서치 또는 목표가 정리되면 PO와 UX디자이너와 토론을 통해 칠판에 와이어프레임을 함께 그리면서 디자인 착수 시점을 앞당긴다. 이런 빠른 착수가 가능한 것도 PO와 UX디자이너 구조가 기반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PO/UX 역할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획자가 좀 더 사업과 데이터 쪽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 만큼, 디자이너가 사업 목표와 고객 이해 쪽으로 중심을 이동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이 때문에 디자이너가 전통적으로 기획자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사업목표, 고객데이터, IA(Information Architecture)에 대한 영역을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과거보다 할 일이 늘어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본인이 주도할 수 있는 영역이 명확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디자이너에게 기획력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나는 자기 일에 욕심이 있는 디자이너라면 디자인책 외에 기획자들이 읽는 책들도 섭렵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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