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직업병

심플리파이어의 일상다반사


어제는 고등학교 동창과 25년 만에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각기 다른 위치에서 세월을 살아왔지만 얼굴, 말 그리고 행동에서 예전의 고등학교 시절 모습이 보여서 신기해하며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그런데 기분이 좋아서였는지, 취기가 올라서였는지, 친구들이 우리가 이제 나이를 꽤 먹었다고 얘기를 하니...


갑자기 제가 이 친구들을 모티베이션 시키는 코칭을 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야 늦지 않았어... 임마~ 이제 시작인 나이야... 어디 어디 창업자는 50대에 창업을 해서 글로벌 기업을 만들었어... (딸꾹;) 너희들 개인사업해라. 창업하면 좋아..."


친구들이 당황해하더니...

" 야~ 성희가 안 보던 사이에 얘기가 졌다"


그 얘기에 아랑곳없이... 저는 또...

"야~ 해보니까 주도적으로 살 수 있어, 좋아서 그러는 거야. 임마~ 지금부터 1~2년 준비해서 꼭 해봐라.(딸꾹) 어떤 선배는... 이러이러하게 해서 잘 나간다라.(딸꾹)"



다음 날 아침... 그 뒤로 어떻게 헤어졌는지, 집에 왔는지는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제가 술자리에서 코칭을 했던 기억이 너무 또렷하게 나면서, '내가 왜 원치도 않는 친구들에게 뜬금없는 코칭을 했지?'라는 생각에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더군요. 심지어 그 친구는 30대 때 창업을 했다가 접었던 기억도 막 생각나고;;;


술이 좀 깬 후 그 친구에게 카톡이 왔길래, "야 어제는 내가 얘기가 과했던 거 같다. 혹시 실수한 거 있으면 이해해 줘라."라고 하니 친구는 "야~ 성희야~ 친구 사이에 그럴 수도 있지. 역시 친구는 친구인 게 25년 만에 봐도 편하게 얘기할 수 있어서 너무 좋더라."


'아~ 맘 넓은 친구를 둬서 다행이다.'라는 마음과 함께, 상대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코칭은 훈수나 자만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는 진짜 진짜 술자리던 어떤 자리던 상대가 원할 때만 직업병을 쓰겠습니다!!!



이전 16화 대표님 제가 운이 좋았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