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요기요 입사 후 대표에게 받은 첫 미션 중의 하나는 요기요 사원증을 리뉴얼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전까지는 네모난 증명사진에 이름과 RGP Korea(당시 요기요의 사명)라는 글자를 A4지에 출력해 이천 원짜리 사원증 케이스에 넣고 다녔는데, 손을 씻다 물이라도 한 번 튀면 인쇄한 사진과 글자가 번져서 매우 볼품이 없어 보였습니다. 경쟁사 배민의 개성 있는 사원증에 비하면 더더욱 초라해 보였죠.
미션을 받은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프로덕트와 마케팅 조직의 디자이너들을 모아 TF를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목표 가이드라인을 정했습니다.
멀리서 봐도 요기요 사원증임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업의 특성이 드러나야 한다.
사원증 하나당 제작시간이나 비용이 크게 들지 않아야 한다.
최근 인수한 배달통과 통합된 브랜드 이미지를 줘야 한다.
위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각자 생각하는 콘셉트 사진들을 모았고, 그중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의 주인공들이 음식을 가지고 촬영한 모습이 저희가 구상하던 방향과 가장 비슷해 벤치마킹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제 좋은 콘셉트는 찾았으나 한 장을 찍는데 몇 백만 원은 들였을 드라마 포스터와 유사한 분위기를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사원증에 옮기는 것은 매우 큰 숙제였습니다.
TF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방안을 찾았고, 그 후 일사불란하게 자기의 역할을 했습니다.
인사총무팀은 식당 앞에 진열하는 음식소품을 파는 곳을 찾아 중식, 일식, 한식, 양식 등의 소품을 구매했습니다.
음식 사진 촬영을 위해 입사했으나 포토메뉴 기능 미구현으로 개점휴업 상태였던 사진작가님께서 직원들의 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디자인팀은 원클릭 뽀샵 필터, 음식이 진열된 레이어 배경을 만들어 10분이면 1명의 사원증 사진 작업을 완료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포토카드 인화로 1000원에 사원증을 출력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았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난관은 사원증 케이스 구매였습니다. 그 당시 유행하던 P사의 사원증 케이스가 2만 원이었는데 이전에 사용하던 2천 원짜리 케이스에 비하면 무려 10배의 비용을 지출하는 의사결정이 쉽지 않았던 것입니다.(요기요가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저는 인당 2만 원에 직원들의 자긍심과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거면 매우 저렴하다는 논리로 임원들을 설득했고 결국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사원증 촬영은 시작되었고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소품을 들고 개성 있게 사진을 찍으며 오랜만에 회사 안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이렇게 전사 각 부서들의 노력으로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개성 있는 사원증이 나오게 되었고, 직원들도 매우 좋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TF원들이 노력한 과정과 결과를 대외적으로 홍보하고자 하였으나, 그 해 대대적으로 진행했던 마케팅 캠페인의 저조한 성과로 회사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 그냥 제 페북에만 조용히 올렸었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 신규 입사자가 들어올 때마다 돌잔치하듯 음식소품이 차려진 상에서 소품을 골라 사진을 찍게 되었는데요. 회사에 즐거운 입사 세리머니 하나가 생긴 것 같아 TF원들끼리 뿌듯해하며 촬영장면을 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 시절 TF멤버들 다들 잘 지내고 있으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