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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e the PO

AI의 노예가 아닌 주인이 되는 법

스타트업 PO 차정원씨는 최근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ChatGPT 서버가 다운됐던 하루 종일, 본인의 업무가 완전히 멈춰버렸다. PRD 작성부터 유저스토리 정리까지 모든 걸 AI에 맡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자문했다. "내가 언제부터 AI의 노예가 됐을까?"


AI 시대의 PO는 두 부류로 나뉜다. AI 없으면 손발이 묶이는 '의존형'과 AI를 자유자재로 부리는 '주도형'이다.


의존형 PO는 "개선 기능 추천해줘"라고 막연하게 묻는다. AI 답변을 검증 없이 개발팀에 전달하고, 결과가 실망스러우면 "AI가 그러라고 했는데..."라며 책임을 떠넘긴다. 반면 주도형 PO는 "월 이탈률을 낮춘 온보딩 개선사례를 구체적 데이터와 함께 제시해줘"라고 정확히 지시한다. AI 답변도 사용자 인터뷰, 경쟁사 분석으로 반드시 검증한다.


실제 N사의 시니어 PO는 "AI는 뛰어난 리서처지만 전략가는 될 수 없다"고 말한다. AI를 시장 조사에 활용하지만 최종 의사결정은 고객 현장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내린다. K사의 다른 PO는 매주 "AI 없는 기획 시간"을 확보해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먼저 정리한 후 AI와 비교한다.


해외 기업들도 동일한 패턴이다. Airbnb는 AI를 가격 책정, 사기 감지, 리뷰 분석에 활용하지만 철저히 보조 도구로만 위치시킨다. Notion 역시 AI로 문서 작성을 자동화하지만 팀의 작업 철학은 사람이 주도적으로 설계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AI를 '도구'로는 대하지만 '의사결정권자'로는 절대 여기지 않는다.


AI의 진정한 주인이 되려면?

첫째, 구체적 미션을 부여하라. "기획안 작성해줘" 대신 "20대 여성 사용자 이탈 구간 top 3과 개선 사례를 리서치를 통해 알려줘"라고 요청한다.

둘째, AI 결과물을 무조건 검증하라. 도메인 지식과 현장 경험으로 한 번 더 걸러낸다.

셋째, AI가 할 수 없는 영역을 강화하라. 실데이터 관찰, 고객 소통, 창의적 토론은 여전히 사람만의 영역이다.


차정원 PO는 이제 AI와의 관계를 재정립했다. 매주 월요일엔 AI 없이 주간 목표를 세우고, AI 의견과 비교 분석한다. 자신이 놓친 부분과 AI의 과도한 추천을 체크하며 자신만의 판단 기준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는다.


AI는 강력한 도구다. 하지만 그 도구를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지차이다. AI 시대에 살아남는 인재는 기술을 두려워하지도 맹신하지도 않는다. 대신 AI를 현명하게 활용하면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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