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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문집

하루와 일 년을 보내는 일

by 이경선

하루를 마치고 버스를 탄다 함께 한 해를 마친다. 하루와 일 년을 떠나보내는 지금 문득 하루가 일 년 같고 일 년이 하루와도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언제 하루와 한 해가 모두 가버렸는지. 말일의 퇴근길 문득 저려오는 고단함이 전부인 것만 같다. 잘 살아내는 건 무엇인지 살아내는 것에 잘하는 것이 있는지 어렵기만 하다. 어제는 잘 살아내었다 생각하다가도 오늘은 그렇지 못한 것만 같다. 그런 날이면 숨을 쉬어내는 일조차 힘겹게 느껴지곤 한다 열정이 식어서일까 나태해진 자신의 변일까 무엇이든. 알 수 없는 하루를 맞다 보니 어느덧 일 년이 흘렀고 이 또한 마찬가지 같은 감정을 낳았다. 수많은 날들 중 막힌 웃음과 터진 눈물이 한데 엉켜있다.

새해를 맞는다. 그럴 때면 늘 하는 일이 있다. 회고와 다짐 그것으로부터 해피뉴이어를 시작한다. 새로운 날을 행복으로 칠하기 위해 지난날 묵은 해의 비늘을 벗는다. 이름 모를 하루가 더는 웅크리지 않기를 활짝 뽐내어보기를 바란다. 집착과 불안 없이 한껏 편안한 모양이길 바란다 그리고 한편은 그건 권태와 무기력 무엇도 아닐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알 길이 없는 길은 끊김이 없이 이어지고 오늘도 나는 길 하나를 접어내고 새로 올 것을 바라본다. 뭉근한 마음 비친 오후가 있겠다 언젠가 문득 가슴이 저려오는 날도 있겠다 낯선 하루가 또한 낯선 나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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