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어두컴컴한 밤, 재즈의 선율, 찬 공기, 사이로 흐르던 마음, 새어 나오던 하얀 입김과 맞잡은 손. 생생하다, 몇 해가 지난 오늘까지도. 언젠가 우연히 비슷한 장면에 머물 때가 있다. 기억 속에서의 너는 여전히 아름답고, 나는 슬프다.
밤이 어둡다. 전하는 한 마디 ‘조심히 들어가.’ 의미는 모른다, 인사치레였을까 그건 아니라 말해보지만, 아닐까. 밤거리를 나선다. 닿을 곳은 없지만 걸음을 디딘다, 무엇에라도 닿는다면 좋을 거라, 생각한다.
멈칫, 옛 장면을 마주한다. 유독 짙은 겨울의 밤, 차가운 둘레의 공기와 뿜어내는 입김, 귓가에 오른 재즈의 선율. 찰나의 순간은 시절로 이어져, 오늘의 마음은 간데없이 그날의 장면을 쫓는다.
무렵, 기억하는 너가 있다. 이따금, 자주는 아니더라도, 어쩌면 한 번쯤 생각해내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오늘은 그런 날로, 너가 밤하늘에 떠오른 날로, 기록한다. 걸음과 손짓, 눈빛, 입김, 선명히도 아름다운 그리고 슬픈 것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