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밤이 길어 설운 날엔
그릇을 비우고 또 비웠다
팥알 후후 불어 먹고
때론 채 삼키지 못했다
배 볼록하여 누울 적엔
설움도 못 이겨
폭 잠들곤 했다
마당의 나목은 계절의 매화라
긴 밤 가고 샛바람 불면
살찌고 꽃피운다 했다
무렵 오라비도 온다 했다
산골의 밤은 유독 까매
작은 별도 환하고
누워 고것 하나둘 세어본 적 있다
별들 다 세면
오라비 온다던 그 말을 못 잊어
못 잊어,
밤이면 꼬박 하늘을 세었다
저 꼬막손 마른 가지 같아,
멀리서 오라비 눈물을 훔치고
짧은 소맷단 둘 적신 밤이 많다
오누이 걸린 하늘엔
봄도 아닌데 꽃이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