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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선 Oct 05. 2021

[시:詩] 달 밝은 밤

달 밝은 밤


달 밝은 밤 문득 부끄러운 적 있다

검은 하늘 온통 뜬 동그란 것 마치 

걸음 쫓는 횃불 같아 보일 때 있다


밤이 오노라면

고갤 숙인 채 잰걸음을 놓았다


여름이 오길 바란 적 있다

골짝 너머 달빛 곧 저물까 했다

장마가 오길 바란 적 있다

구름 아랜 저 달빛 없을까 했다


하나 달은 괘념치 않아

제 몸 숨기지 아니하였으니


달 밝은 밤 오래 부끄러운 적 있다

무구한 척 걷고 말하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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