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여관
바다 좋은 강릉에 가면
꼭 찾는 길이 있고
그 길에 가면 여관 하나가 있다
여관방은 여섯인데
서넛은 불이 켜있고
객은 보이지 않았다
객도 없는 낮 무엇하여
등을 켜놓는가, 물었더만
주인은 손맞이라 하였다
인적 드문 해변의 여관방도
손맞이라 방의 불 켜두었고
만조 땐 몇몇 객이 들기도 했다
불 켜둔 방 하나 골라 짐을 풀었다
가방은 옷더미 가득 차 빽빽하였다
지난날 새 지갑도 진즉 빼곡하였다
여관방의 불을 한사코 켜두는 일과
속을 비워내는 일은 다르지 않다
가끔 심장이 텁텁하여 탁탁 두드려본 적 있다
파도가 제 속 비우려 밀쳐내던 때와 다르지 않았다
대낮이라 한들 등불 꺼지지 않았다
파도처럼 제 속을 비워두었다
여관방엔 두고 온 것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