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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선 Oct 23. 2021

[시詩] 강릉 여관

강릉 여관


바다 좋은 강릉에 가면

꼭 찾는 길이 있고

그 길에 가면 여관 하나가 있다


여관방은 여섯인데

서넛은 불이 켜있고

객은 보이지 않았다


객도 없는 낮 무엇하여

등을 켜놓는가, 물었더만

주인은 손맞이라 하였다


인적 드문 해변의 여관방도

손맞이라 방의 불 켜두었고

만조 땐 몇몇 객이 들기도 했다


불 켜둔 방 하나 골라 짐을 풀었다

가방은 옷더미 가득 차 빽빽하였다

지난날 새 지갑도 진즉 빼곡하였다


여관방의 불을 한사코 켜두는 일과

속을 비워내는 일은 다르지 않다


가끔 심장이 텁텁하여 탁탁 두드려본 적 있다

파도가 제 속 비우려 밀쳐내던 때와 다르지 않았다


대낮이라 한들 등불 꺼지지 않았다

파도처럼 제 속을 비워두었다

여관방엔 두고 온 것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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