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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선 Dec 29. 2021

[시:詩] 처서 안부

처서 안부


처서라 했습니다. 가을에 대해 물었습니다만, 답은 오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아직 여름이 한창이고 장마는 이름만큼이나 길고도 먼 길을 지나는 중입니다. 여름을 보내는 일이 서럽고 가을을 맞는 일은 처연하다, 생각도 합니다. 여름내 웃자란 억새에 손을 베인 일이 있습니다. 베인 자리는 자욱으로 남아 끝내 털어내지 못했습니다. 자욱을 서성이다 또 하루 살아내었습니다. 차오르던 숨이 내려앉을 무렵 늦은 밥을 지어 먹다 창밖으로 먼 시선을 오래도 두었습니다. 불어온 바람이 반갑다 생각도 하고 장마가 길 따라가고 나면 곧 가을이 올 것이라고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그런 날엔 창 너머 뭇 마음들이 못내 살갑게도 와주기를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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