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여름을 생각한다. 그해 여름은 옛이야기를 닮아 벅적한 소란이 한참이나 들끓었다. 그날로부터 당신의 열기는 줄곧 가시지 않았고 다만 간직한 채 몇 번의 여름을 보냈다. 그런 날들에 당신의 여름을 생각하는 일은 종종 나의 일과가 되었다. 따가운 태양이 저물던 어슬녘 즈음 붉은빛 한 줄기 눈가에 걸치우고 사뭇 선선한 바람도 불어오던 옛 여름의 날들이었다.
당신은 여름을 좋아했다. 겨울에 태어나서일까 더위를 무척이나 싫어했던 내게 당신은 여름을 반기는 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당신은 여름의 가벼운 옷차림을 좋아했고 함께 여름 내음새 실린 바람결을 좋아했다. 여름이면 당신과 나란히 비를 맞곤 했다. 잔잔히 나리는 빗방울이 좋았고 때론 장대비도 우리에게 썩 어울린다 생각하곤 했다. 여름의 어슬녘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었다. 거리의 색채와 공기의 온도를 좋아한다 했다. 당신을 보며 나는 그보다 더욱 당신이 좋다고 말했다.
당신의 잔향 같은 것들을 생각한다. 당신의 모양은 당신이라 다른 무엇도 같지 않아 여름날엔 늘 당신을 생각해내곤 한다. 당신이 있어 반가운 여름이다. 몇 차례의 장마가 지나가고 당신이 좋아하던 계절의 온도가 사뭇 그득하다. 그런 날 나는 당신의 여름을 생각하다 소란했던 우리의 옛이야기를 훌쩍 꺼내어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