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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선 Jun 06. 2023

[신작 시] ㄴ도 없이 안녕을 말해

ㄴ도 없이 안녕을 말해


“안녕” 인사말에서 ㄴ이 빠지면

영원한 문장이 될 거라 생각해


모음과 모음 사이에서 문장은

끝내 완성되지 못할 거라 생각해


헤아리지 못할 이야기가 담겨 있어

우리만큼이나 먼 시간을 돌고 있어


어쩌면 ㄴ과 상관없이, 영원은 여기에 있을지도


설익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릴 것처럼 문장이 쏟아지고


구름은 눈물도 없이, 짝지어 가고

돌돌 말린 솜사탕이 있어, 끝없이, 달콤할 것만 같은

영원처럼 풍경은


거기에 있었지

“아영” ㄴ이 없는 인사를 낯설게 건네며

누군가의 이름처럼 미완의 첫 문장을 적었지


문고리도 없이 문을 나간 사람은, 언제나처럼 늦지 않고


ㄴ이 사라진 세상에서 ㄴ을 볼모로 잡고서


마침이 없는 목소리를 길게 늘어트렸지

안개처럼 쏟아지는 비

눈물처럼 손금이 바라보고 있어, 우리의 영원을


소리 없는 말들을 중얼거리면서

우리는 손금을 세고

지난밤의 자랑이었던 설산은 끝내 녹아내리고


하늘이 둥글게 지나가고 있어


ㄴ도 없이 나는, 당신을 생각하고




계간 문예창작 여름호 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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