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間)

by 이경선

하늘과 땅 사이
하늘로부터 땅을
관통하는 빗방울은
담아내지 못할 이야기를 품었다

버텨내다 못내
멀리 흩어내었다
기다란 고개 바닥으로 내민 채

옛 아이가 있다
언젠가 보이지 못했던 웅크린 단어들
끝내 토해내고야 말았던 어린 고독
참아내지 못함이 죄스러운 양

파묻어버린 고개
분출해버린 고독과 다문 입술
아래로 솟구치는 빗방울과 닮은 양

괜찮다, 도닥이는 노년의 손
침묵 사이 어린 어깨에 퍼지는
옛 고독의 여린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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