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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선 Oct 02. 2020

옛 밤

안팎의 거리가 없어 칠흑의 냉기가 오가던 어느 옛 밤 당신이 머물던 시절이 있었다. 경계는 소멸되고 다만 어둠이 나려 이내 방안을 휘덮곤 했다. 당신은 멀리 밤으로부터 나의 자리에까지 닿아내었고 나의 밤은 온통 당신을 생각해내고자 머리를 싸매었다.


다른 옛 밤 당신의 부재가 더욱 사무치던 한 날엔 존재에 대한 갈망으로 당신의 기억을 헤집고 헤집어내길 반복했다 언젠가의 부유된 파편 하나 찾아내곤 한껏 부둥켜안았다 그리곤 힘껏 가둬보기도 했다. 그건 마치 부재한 어미 곁 새끼 짐승의 불안 섞인 간절함과도 닮아 있었다.


맴돌던 당신의 이름이 다만 머물러 주기를 바라며 며칠을 놓아내지 못했다. 애써 움켜쥔 채 날을 보내니 몇 해가 되어버린 듯도 했다. 옛 밤엔 밤새 당신의 자취를 찾았다. 옅은 숨 하나에 당신의 것 배아내고 싶어 그리 옛 시절의 온밤은 당신이 되길 바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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