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 있었다
어린 숨 하나 쥐어내곤 숨결 사이 자리를 틀었다
아이는 입을 열지 않았다
간혹 뱉어낸 숨은 한참을 가쁘게 뛰었다
묵은 시간 내 닫힌 입술은 무겁다
고독은 때로 미동하였으나 걸음을 멀리 두진 아니했다
오랜 묵음,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온다 했다
다른 날엔 가파른 숨과 천근같은 걸음이 멈추고야 말 게다
여린 숨 자취를 감춘 날이 있다
누군가는 고독의 본(本) 심연의 구석으로 잠식되어 버렸다 했다
뒤로 고독도 아이도 마주한 이 없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