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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ie Apr 02. 2021

16. 후유증

2021년 2월 27일 토요일


마른기침이 나왔다. 양성 판정을 받고 이후 음성 판정을 받을 때까지 감염 초기 하루 이틀을 제외하고는 계속 무증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침이 시작되었다. 감염 초기에 나를 힘들게 했던 두통. 머리가 찌릿거리는 증상도 아주 미세하게 문득문득 나타나기 시작했다. 

완치 판정을 받았는데 그동안 없었던 증상이 왜 갑자기 나타나는 걸까? 증상이 발현된 지 열흘 만에 받았던 항체 검사에서 항체가 없는 것으로 나왔었다. 내가 걸렸던 코로나 바이러스에 다시 재감염이 될 수도 있을까.

아니면 이게 사람들이 말하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코로나 19 후유증의 시작인 것일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코로나 19  완치자들이 겪는 후유증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이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의 대부분은 다양한 후유증을 겪고 있었고, 감염된 상태에서 아주 경미한 증상을 보였던 사람들에게도 회복 후 장기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 장기 후유증을 겪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서로의 상태를 공유하는 페이스북 그룹, Long Covid Support Group의 회원수는 이미 3만 7천 명이 훌쩍 넘어 있었다. 




이제 좀 괜찮아지셨어요?
아픈 건 나아졌는데 뭐가 좀 이상해요. 머릿속이 엉켜버린 것 같아요. 집중을 할 수가 없어요. 해야 할 일들을 자꾸 깜박하고 계속 멍한 상태예요...



코로나 19  증상이 있어도 검사조차 받기 어려웠던 일 년 전 미국. 코로나 19에 감염되었다가 회복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인에게 안부를 물었던 적이 있었다. 아마 그 당시 지인은 뇌에 안개가 낀 것 같이 멍한 증상이 나타나는 ‘브레인 포그(Brain fog)' 코로나 19 후유증을 겪었던 것 같다. 


정상 컨디션에서도 나이와 반비례하며 곤두박질치는 집중력과 체력 때문에 아등바등하며 책을 붙잡고 있는데 나에게 브레인 포그까지 온다면 정말 답이 없었다. 그렇게 되면 코로나 후유증을 핑계 삼아 이 기회에 공부와의 연을 끊고 연구자의 길을 하직해야 할 판이었다. 


두통, 기침, 가슴 통증, 호흡 곤란, 피로감, 관절통, 후각 및 미각 장애, 신장 기능 저하, 폐 섬유화......

회복된 사람들이 말하는 다양한 후유증들......


어떤 후유증이 언제 슬그머니 나에게 찾아와 얼마나 지속될지 모를 일이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지만 혹시라도 나를 찾아온다면 ‘우리 집에 왜 왔니’ 등의 감정 소모전은 접어두고 잘 맞이하고 잘 보내리라는 다짐을 한번 해 본다. 




Image by SplitShire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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