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6일 금요일
우리 가족은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 아이들에게는 어떤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고, 남편의 기침도 잦아들었다. 작년 3월 뉴욕, 뉴저지의 락다운 이후부터 지금까지, 남편은 재택근무를, 아이들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어왔기 때문에, 아프지 않은 한, 자가 격리된 생활은 그 이전까지의 생활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단지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지 못하는 것과 다 함께 밖에 나갈 수 없다는 것만 조금 불편할 뿐이었다.
스마트폰에서 메일 수신 알림이 울렸다. 학교에서 온 메일이었다. 세 번째 학기가 시작되는 3월 넷째 주부터 주 5일 등교가 시작된다는 내용이었다. 5일 등교를 원하는 학생들은 정해진 기간까지 신청을 하도록 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9월에 첫 학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지역마다 다르지만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Trimester시스템으로 1년을 세 학기로 구분하였다.
작년 9월, 2020-2021년도 첫 학기가 시작될 때, 학교에서는 두 가지 등교 방안을 내놓았다. 5일 내내 온라인으로 실시간 수업을 듣거나 5일 중 2일은 학교에서, 나머지 3일은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혼합형 중 선택을 하는 것이었다. 작년 3월부터 6개월간 지속된 홈스쿨링으로 지칠 대로 지친 나는 혼합형을 선택하였다. 그렇게 아이들은 월, 화에는 학교에서, 수목금은 집에서 수업을 듣게 되었다. 온라인이든 현장이든 모든 수업은 한 시에 마쳤고, 점심은 집에서 먹었다.
그렇게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학교에서 메일이 왔다.
This letter is to inform you that an individual at 000 School has tested positive for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확진자가 나왔고 접촉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은 따로 연락을 받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순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폭풍 걱정이 밀려왔다. 학교를 보낸 것이 너무 성급한 결정이었나 싶었다. 하지만 현장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수가 교실당 6명 내외로 그 수가 적어 교실 내 거리 두기가 가능한 것과 마스크 착용뿐만 아니라 각 책상마다 투명 플라스틱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심을 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안전이 최우선이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아이들을 집에만 둘 수도 없었다.
그리고 몇 주 뒤, 같은 내용의 메일을 또 받았다. 확진자가 학생인지, 선생님인지, 몇 반인지, 적어도 몇 층에서 나온 건지 등의 구체적인 정보는 일체 공개되지 않았다. 아무런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확진자와의 접촉 가능성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전적으로 학교의 판단에 의지해야 했다.
추수 감사절을 앞두고 있을 즈음, 또다시 같은 내용의 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엿새 뒤, 미국의 최대 명절인 Thanksgiving Day 휴일을 보내고 난 뒤 맞이하는 월요일 오후,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월요일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날이었지만 그날은 어째 마음이 내키지 않아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게 하던 중이었다. 내용인즉슨, 둘째 아이가 확진자와 접촉 가능성이 있어 2주간 자가 격리를 하라는 것이었다.
긴 휴일이었다. 휴일이 시작되기 전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메일을 받았는데 그 휴일이 다 지나고 나서 접촉 가능성이 있으니 자가 격리를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확진자와 접촉 가능성이 있다는 연락을 조금 더 빨리 해 줄 수는 없었던 것일까? 확진자가 나왔다는 메일을 보낸 그 날에, 적어도 긴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는 이 사실을 알려 주었어야 하는 거 아니었을까? 확진자가 나왔다는 메일을 받고 별다른 연락을 따로 받지 못해서 이번에도 해당 사항이 없는 줄만 알았다. 휴일에 지인들과 집에서 저녁 모임을 가지려고 했었다. 다른 이유로 취소가 되었던 상황을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날, 아이들을 더 이상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매번 확진자가 나왔다는 메일을 받을 때마다 마음 졸이며 걱정하는 것보다 그냥 마음 편히 100%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게 더 낫겠다 싶었다. 무엇보다 내가 기대하는 신속함과 학교의 대응 속도와의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그렇게 집에서만 온라인 수업만 받으며 두 학기를 지나고 있었다.
학교를 보내지 않기로 한 나의 결정은 그 시기를 늦추었을 뿐, 결국 아이는 코로나를 만났다.
컴퓨터 화면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학기에는 5일 등교를 희망한다는 이메일을 학교에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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