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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ie Mar 2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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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5일 목요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아이들의 검사 결과를  확인한 이후, 우리는 여러 가지 추측을 제쳐두고, 눈으로 확인한 정확한 정보에 따라서만 판단하고 행동하기로 결정했다. 첫째가 음성이 나온 이유는 아무도 모르게 이미 코로나가 지나갔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이었다. 정말 기적적으로 확진자 세 명과 함께 생활했지만 감염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검사를 받은 날, 그 결과를 기준으로 양성팀과 음성팀으로 나누어 생활하기 시작했다. 


양성팀인 남편과 둘째 아이는 마스터룸을 쓰고 사건의 전말을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음성인 나온 첫째는 나와 함께 아이들 방을 쓰기로 했다. 마루와 부엌은 중간지대로, 음성이면서 이미 면역력이 갖춰졌을 것으로 예상되는 나만 사용하는 공간이 되었다. 




오랜만에 첫째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나를 두 손으로 꼭 안으며 다시 엄마랑 같이 잘 수 있어서 너무 좋다는 첫째 아들. 여태껏 우리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잠을 잤었다. 아이들이 아이들 방에서 자도록 여러 번 시도를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아이들 방에서 함께 누워 책을 읽어 주고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 나오면, 한 번도 빠짐없이 아이들은 새벽에 깨어나 비몽사몽으로 걸어서 안방 침대로 파고들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나와 남편 사이사이에 두 아들이 끼여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한밤중 엄마 찾아 삼만리’가 무한 번 반복되자 어느 순간부터는 따로 재우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같이 자기 시작했다. 퀸 사이즈 침대에서 네 명이 함께 자는 일이 잦아지니 ‘제발 똑바로 누워 두 다리 쭉 뻗고 잠 좀 편하게 자자’가 그동안 나의 작은 바람이었다. 


내가 확진이라는 판정이 나고, 남편도 감염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을 때, 엄마 아빠와 떨어져서는 절대 잘 수 없다고 우격다짐이었던 아이들이 군소리 없이 자기들 방에서 자기 시작했다. 부모의 빈자리를 서로가 채워주듯, 매일 밤 두 형제가 서로를 꼭 안고 잠이 들었다. 갑자기 의젓해진 모습이 더 짠하고 안쓰러웠다. 


시간이 지나 다시금 첫째 아들과 함께 누우니 아들만큼이나 나도 너무 좋았다. 아이를 내 품에 쏙 넣고 꼭 안아 주자 아이의 따뜻한 숨결이 내 마음을 토닥거리며 위로해 주는 것만 같았다. 


아들, 대학교 갈 때까지 엄마랑 같이 자자. 이제 방에 가서 혼자 자라고 안 할게. 
진짜야? 엄마, 너무너무 고마워!!!


아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날 꼭 안아주었다. 조금만 더 크면 엄마를 방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할 거라는 걸 너무 잘 알기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 어차피 곧 훨훨 날아갈 테니... 이 소중한 순간... 내 품에 있을 때 조금만 더 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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