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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ie Mar 18. 2021

13. 아이

2021년 2월 24일 수요일

계획대로라면 오늘 우리 가족은 깊은 숲 속에서 겨울 캠핑을 하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가족의 생일에는 다 같이 여행을 하는 것을 Family Tradition으로 만들자는 약속을 했었다. 그리고 작년 여름, 둘째 생일에 처음으로 4박 5일 캠핑을 떠났다. 그리고 첫째 아들의 생일날. 뉴욕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Western Catskills로 향할 예정이었다. 


나는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Drive-thru  셀프 테스트장으로 향했다. 아이들에게 증상이 나타난 건 아니었지만 정말 괜찮은 건지 확인하고 싶었다. Drive-thru  셀프 테스트를 해 본 적이 있었다. 어설프게 진행했던 나의 셀프 검사 결과가 정확하게 나온 것을 경험했고, 그 후로는 이 검사 과정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이번에는 당일 결과 확인이 가능한 Drive-thru  테스트장을 찾았고 예약한 시간에 맞춰 노스 버겐 타운십에 위치한 Walgreens에 도착했다. 지정 장소에 차를 세우고 면봉 두 개를 건네받았다. 지난번 Drive-thru  셀프 검사에서는 검사 키트를  받아 면봉에 묻은 분비물을 작은 병에 담겨있는 액체에 녹여내는 것까지 나의 몫이었다. 

이번에는 더 간단하게 면봉으로 콧속 분비물 채취만 하면 되었다. 면봉을 꺼내 아이의 콧구멍에 넣으려고 하자 아이들은 난리법석을 떨었다. 의사 선생님이 하는 독감 검사는 잘도 받으면서 엄마가 하니 엄살이 배가 되었다. 


검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베이커리에 들렀다. 

내가 직접 가서 고르면 안 돼? 내 생일이잖아. 
 오늘은 엄마 혼자 갔다 올게.


집에 돌아온 우리는 생일 케이크에 초를 꽂고 그 앞에 둘러앉아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아주 단출한 생일 파티를 했다.


느지막한 오후. 

테스트 결과를 알리는 메일이 왔다. 둘째 아이의 결과였다. 

메일을 열고 본인 확인을 위한 정보를 입력한 후 결과 보기를 누르기 전…… 기도를 했다. 


팬데믹 이후 매일 했던 기도는 당연 가족의 건강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종 바이러스를 피하는 것은 내 능력 밖이었다. 모든 사람들을 피할 수도 없고 24시간 집에만 있을 수도 없는 것이었다. 마스크와 거리 두기가 백 퍼센트 바이러스를 막아주는 것도 아니었다. 팬데믹 상황 속에서 가족이 안전하기를 바라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기도뿐이었다. 그리고 우리 부부가 둘 다 양성을 받았을 때, 나의 유일한 기도는 아이들만은 지켜달라는 것이었다. 


둘째 아들의 결과를 클릭했다. 눈에 익은 단어가 보였다. 

Positive


아.......

어쩌다 보니 내 의지대로 내릴 수 없는 롤러코스터에 타게 되었고 이제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다시 출발한 기분이었다. 여기서 두려운 것은 롤러코스터가 세상이 뒤집혀 보이는 360도 회전을 향해 가고 있는 건지 아니면 이미 지나고 내려오는 건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럼 첫째는? 첫째 아이의 결과는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두 시간이 지난 후 나의 참을성은 바닥이 났다. 나는 테스트를 진행한 랩실에 직접 전화를 걸었고 바로 결과 확인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사실 안 봐도 알 수 있는 결과였다. 두 형제는 모든 생활을 함께 했다. 정말 24시간 내내 붙어 있었다. 


첫째의 검사 결과를 클릭했다.

negative


한 명은 양성, 또 한 명은 음성.

검사를 잘못했나… 예전에 내가 엉망으로 했던 테스트도 양성을 판정하기에 충분했다는 것을 감안해 보면 검사가 잘못되었을 확률은 낮았다. 

첫째만 감염되지 않았던 것일까…두 형제가 같이 먹고 자며 내내 붙어 다녔는데... 그 확률도 낮았다.

그럼 첫째는 이미 걸렸다가 나은 것일까… 생각해보니 그랬을 수도 있다. 첫째 아들과 나는 동시에 바이러스에 노출이 되었고, 증상이 있는 나만 검사를 받았고, 내가 완치될 무렵 아이의 몸에서도 바이러스가 사라졌을 수도 있었다. 


천진난만하게 서로 부둥켜안고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Image by mohamed Hassa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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