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2일 월요일
월요일. 지난주 월요일에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정확히 일주일 뒤, 증상이 발현된 날을 기점으로 열흘이 흘러 다시 월요일이 되었고, 느지막한 오후, 나는 재검사를 위해 집을 나섰다.
일주일 동안 아무 증상이 없었어요.
의사는 먼저 코로나 검사를 진행한 후 바로 항체 검사를 위해 나의 손가락 끝에서 톡 하고 피 한 방울을 뽑았다. 몇 시간 후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PDF 파일 링크가 문자로 도착했다. 나는 PDF 파일을 열어 보았다.
Your test today for Covid-19 infection was: NEGATIVE
You DO NOT have Covid19 infection.
예상대로 음성이었다. 감사했다. 이렇게 무탈하게 지나간 것이... 지난 열흘 동안 바로 내 눈 앞에 있는 아이들을 안아주지 못한 게 너무 마음 아팠는데 이제 아이들을 내 품에 쏙 넣고 보드라운 볼을 마음껏 맞댈 수 있다.
남편의 증상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이제 한 고비만 더 넘기면 되었다. 앞으로 일주일만 더 잘 버티면 된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런데…..
항체 검사의 결과도 음성이었다…. 젠장.
뭐지? 코로나는 걸렸는데 항체는 안 생긴 거야?
원 플러스 원(1+1)인 줄 알고 물건을 샀는데 카운터에서 갑자기 하나를 안 주겠다고 하면 느낄 수 있는 기분이랄까. 당황스러우면서 일종의 배신감이 느껴졌다. 물론 항체가 '뉴 노멀'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통행권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항체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항체의 존재가 일정 수준의 면역력을 의미하는지 아직 정확히 모른다. 그러기에 항체의 존재 여부가 어떠한 결정의 근거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를 겪으면서 그나마 아주 작게라도 위안을 삼았던 것이 항체였다. 지난 1년 동안 나의 일상을 온전히 내어주고 ‘뉴 노멀’이라는 마라톤을 뛰었다. 끝이 보이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뛰다 보면 종점이 보일 것이라는 희망으로 꾸준히 달렸다. 그리고 드디어 내 눈에 고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백신 접종’이라는 결승선을 코 앞에 두고 발을 헛디뎌 엎어져 버렸다. 억울했다. 그래서 이 억울한 상황을 어떤 식으로든 보상받고 싶었다. 항체라도 생기면 그나마 위안이 될 것 같았다. 항체가 백 퍼센트의 안전을 보장해 주어서가 아니라 내가 하는 걱정의 몫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했다. 항체가 생기든 말든... 항체가 생성되려면 적어도 몇 주가 걸린다고 하니 나중에 생길 수도 있는 거였다. 어쨌든 이 과정이 지나갔다는 것이... 그리고 어떠한 후유증 없이 마무리가 되었다는 것이... 벅차게 감사했다.
그리고 이대로 모든 것이 잘 해결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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