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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tie Mar 14. 2021

10. 항체

2021년 2월 21일 일요일


밤이 제 아무리 길어 봤자 결국 끝이 있고 날은 밝아 온다. 불안과 염려로 가슴 졸이며 간밤을 지샌 후 블라인드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을 보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다행히 우려했던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 고비를 넘기고 나니 이내 엄청난 피로가 몰려왔다. 


내일부터 나는 자가 격리가 해제된다. 즉, 내일이면 내 몸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바이러스는 도대체 언제 없어지는 걸까? 바람과 함께 사라지듯 특정 시간을 기점으로 ‘짠’ 하고 없어질까? 아니면 겨울에 얼어붙었던 눈이 봄 햇살에 조금씩 녹아내리듯 서서히  줄어들다가 없어지는 걸까? 내일이면 바이러스가 사라질까? 아니면 이미 사라져서 백혈구 전사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항체는 생겼을까? 항체는 얼마나 지속될까? 그럼 나는 이제 이 지긋지긋한 술래잡기 놀이를 멈출 수 있는 걸까?




작년에 들었던 뉴욕에 사는 지인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지인은 맞벌이 부부였는데, 뉴욕 락다운 이후 한동안 재택근무를 하다가 다시 회사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되어 예전에 아이를 봐주었던 베이비시터에게 다시 일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리고 상황이 상황인지라 모두의 안전을 위해 베이비시터에게 코비드 검사를 받고 음성임을 확인해 달라고 부탁을 했단다. 그런데 검사를 받으러 간 베이비시터는 놀랍게도 자신에게 항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본인도 모르게 무증상으로 바이러스가 지나갔고 이미 항체가 생겼던 것이다. 


항체 검사가 가능해질 무렵 남편에게 우스갯소리로 말한 적이 있다.


우리도 항체 검사 한번 받아볼까? 우리도 모르게 항체가 생겼을 수도 있잖아.
자기야, 자기 체력에, 면역력도 약하면서, 아무 증상 없이 자기도 모르게 코로나가 지나갔을 것 같아? 아마 걸리면 바로 알 걸? 




그랬다. 나도 모르게 항체가 생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Miss Rona는 본인이 왔다 감을 분명하게 알렸다. 


과거로의 여행을 잠시 하다가 이내 병원 사이트에 접속하였다. 미국에서 자가 격리 해제를 위한 재검사는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집에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positive가 negative로 바뀐 것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만 했다. 


Do you also want the rapid antibody test? 


항체 검사도 원하냐는 질문에 Yes를 눌렀다.




Image by Yvon Guignard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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