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2일 화요일
새로운 출발을 향한 나의 열정은 시작도 하기 전 예상치도 못했던 후유증에 고꾸라졌다.
후각이 희미하게 돌아올 무렵,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어디서 맡아본 것 같기도 하고, 생전 처음 맡아보는 것 같기도 하고, 뭐라 설명하기조차 어려운, 도대체 어디서 나는지 모를 불쾌한 냄새가 코 안에서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후각이 완벽하게 돌아온 상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묘사할 수 없는 이 괴상한 냄새는 메스꺼움과 구토를 유발할 정도로 강렬했다. 마치 썩은 생선이 수북이 담겨있는 비닐봉지에 내 코를 처박고 있는 느낌이었다. 악취에서 벗어나고 위해 고개를 들고 싶은데 내 머리가 움직여지지 않는 느낌.
콧속을 식염수로 씻어 보기도 하고, 두 손으로 코를 막고 입으로만 숨을 쉬어 보기도 하고,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며 신성한 공기를 코로 들여 마셔 보기도 했지만 근원을 알 수 없는 냄새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어지러웠다. 속이 울렁거리고 힘이 빠졌다. 이 냄새를 계속 맡고 있어야 된다면 오히려 냄새를 맡지 못하는 편이 나았다. 이내 우울감이 밀려왔다.
도대체 내가 겪고 있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그리고 여러 기사를 검색한 후에 이것이 Phantosmia라는 코로나 19 후유증임을 알게 되었다.
Phantosmia.
Phantom(유령)과 smell(냄새)가 합쳐진 단어. 실제 존재하지 않는 유령 같은 냄새.
코로나 19로부터 회복이 되면 손상된 신경이 다시 자라나면서 뇌가 실제 냄새를 제대로 분별하지 못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깐 후각을 담당하는 뇌의 신경세포가 코로나의 훅 한방에 K.O패를 당하고 정신이 오락가락한 상태에 있다는 거네. 다시 자라나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는 건데 초반부터 확실히 알려줘야겠군.
나는 나의 뇌에게 속삭였다.
뇌야, 네가 아직 잘 모르나 본데… 냄새는 무언가 맡을 게 있을 때만 맡는 거란다. 일단 지금은 눈에 보이는 것만 맡아. 지금 내 앞에는 풀과 나무만 있어. 지금 내가 맡을 수 있는 건 오로지 풀과 나무 냄새야. 그러니깐 나한테 풀과 나무 냄새만 보내. 네가 계속 보내고 있는 이 악취는 사실 존재하지 않아. 앞으로 이 불쾌한 냄새는 맡지 않았으면 좋겠어.
코로나에 걸렸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하나요?
비타민과 아연을 드세요.
코로나가 완치된 후에 이상한 냄새가 자꾸 나서 메스껍고 어지러운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비타민과 아연을 드세요.
코로나 19를 앓으면서 굉장한 사실을 알았다. 비타민과 아연이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을......
딱히 치료제가 없는 상태에서 면역력에 도움을 주기 위한 처방이라는 것을 알지만, 뭘 더 기대한 것도 아닌데, 괜히 서운했다.
이 상태가 도대체 얼마나 지속되는지 알고 싶었다. 기간을 안다고 특별히 달라질 건 없지만 뭔가 마음의 준비를 위해 그 정보가 필요했다.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스토리를 찾다 보니 짧게는 몇 주, 길게는 6개월 이상 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 6개월 동안 이 냄새를 맡고 있으면 정말 미쳐 버릴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회복이 되겠지만 아주 오랫동안 이 후유증을 안고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솔직히 두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
모든 것이 감사하다. 이 후유증으로 감사함이 떠나지 않은 것 또한 감사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겹겹이 설치해둔 방어막을 하나씩 뚫고 집 안까지 들어왔지만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았고 우리 가족 모두가 잘 이겨내 준 것이, 아이들도 현재까지 그 어떤 증상과 후유증을 보이지 않고 건강한 것이 너무나도 벅차게 감사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할 수 있어 더욱 감사하다.
2월의 코로나 바이러스 매거진 글을 마무리 짓습니다. 그동안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매회 새 글을 올릴 때마다 라이킷해주신 작가님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Image by Lee_seonghak from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