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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동훈 Nov 13. 2019

얼음같이,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따뜻한 얼음 -박남준-

따뜻한 얼음   -박남준-

​옷을 껴입듯 한 겹 또 한 겹

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은

버들치며 송사리 품 안에 숨 쉬는 것들을

따뜻하게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철 모르는 돌팔매로부터

겁 많은 물고기들을 두 눈 동그란 것들을

놀라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얼음이 맑고 반짝이는 것은

그 아래 작고 여린 것들이 푸른빛을 잃지 않고

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겨울 모진 것 그래도 견딜 만한 것은

제 몸의 온기란 온기 세상에 다 전하고

스스로 차디찬 알몸의 몸이 되어버린 얼음이 있기 때문이다

쫓기고 내몰린 것들을 껴안고 눈물지어본 이들은 알 것이다

햇살 아래 녹아내린 얼음의 투명한 눈물 자위를

아 몸을 다 바쳐서 피워내는 사랑이라니

그 빛나는 것이라니


얼음은 차가운 것이다. 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나타낼 때 쓰인다. 차가움, 냉정함, 비참함 등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얼음공주, 얼음 같은 분위기, 얼음장같이 찬 손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따뜻함이다. 생소하다. 냉기만 느껴지는 얼음이 따뜻하다는 말은 역설적이다. 얼음이 그 아래 살아가는 생명들을 보듬는 배려의 상징이 된다. 제 한 몸을 온전히 내주어 겁 많은 어린것들을 지켜주는 온정의 대상이 된다.



자신을 내놓아 희생하는 얼음은 맑고 반짝인다. 얼음은 그 아래 살아 숨 쉬는 어린 생명들을 위해 대신 돌팔매 맞기를 거부하지 않는다. 스스로 부서지고 금가고 깨어지더라도 꿋꿋이 자리한다. 누군가의 철없는 돌팔매가 만든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한다.



차갑기만 한 시간이, 상처만 가득한 연단의 시간이 지나고 볕이 들면, 얼음은 물이 된다. 제 한 몸 바쳐 쫓기고 내몰린 자들을 껴안았던 품은 한 방울 물방울이 되어 스러진다. 다시 흐르는 강물이 된다. 그렇게 얼음이 제 한 몸 바쳐 지켜냈던 생명들이 또 다른 생명을 낳고, 그 생명들이



쫓기고 내몰린 자들이 더욱 살기 힘들어지는 사회이다. 자기도생이 보편화되고 심화되는 세상에서 나는 과연 얼음과 같이 사회의 낮은 사람들에게 나 스스로를 내어주고 그들을 보듬는 사람인지를 자문한다.



있는 자가 더 가지려 하고, 나눠주기보다는 빼앗으며, 자신의 것만을 지키려고 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기꺼이 제 모든 온기를 내놓아 사랑하는 얼음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재벌 총수 일가의 재산 불리기 만행이 연이어 보도되는 동시에, 자신도 힘들고 어렵게 거리 장사를 하면서 살아가면서도, 자신보다 불우한 이웃을 위해,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전재산을 기부하는 소식도 들린다. 세상은 더욱더 타락해가고, 극단적이고 비참한 일들만 가득해 보이지만, 자기도생이 만연한 사회에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며 배려하고,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음이 희망이다.



제 몸의 온기를 모두 내놓으며 생명을 보듬는 얼음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더 가지려 애쓰기보다는 내 것을 내어주며, 배려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다.

따뜻한 얼음 같은 존재가 되어 모든 것을 세상에 내어주고, 한 방울 빛나는 물방울이 되어 흘러가는 삶을 살고 싶다. 그렇게 스러지는 인생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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