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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계절. 106

참 한심한 것들

by 함문평

중학시절 은사님 중에 숙제를 안 해오면 다른 선생님들은 검도할 때 쓰는 죽도 망가진 대나무 한쪽으로 손바닥이나 종아리를 때랬다.


기술을 가르치는 분은 동양 최고의 무용수라던 최승희 4촌 동생 최승ㅇ이 었는데 교실 앞에 불러내서 하시는 말씀이 이거 여러분들 국어선생님에게 들은 말인데 것이라는 불완전 명사는 사람 이외의 사물에 쓰는 단어인데 숙제 안 해온 학생에게 나는 죽도조각으로 때릴 힘이 있지만 선생의 소중한 힘을 그런 것에 낭비하고 싶지 않다. 대신 이 한심한 것들이라고 한마디 하고 들어가라고 했다.


그 한마디의 말 한심한 것들을 들은 친구들은 다음 시간부터 영어, 수학 숙제는 못해 두들겨 맞아도 한심한 것들 소리는 안 들었다.


그동안 최 목사에게 디올 백을 받은 지가 언제인데 백이 도자기야, 책이야 대통령 기록물이라는 것들, 권익위는 조사대상이 아니라던 것들, 피의자를 검찰로 불러 수사 못하고 경호처 굴로 기어들어가 핸드폰 제출하고 검사신분증 제출하고 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를 받은 것들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지 마라.

나의 동창들 기술숙제 안 해 최승희 사촌동생에게 한심한 것들을 들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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