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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마음 하얀 마음 5

눈치 없는 어린이 눈치 없는 장군

by 함문평

어린 시절 같이 고무신으로 기차놀이하던 소띠들은 초등학교 학생이 되었다. 아침을 먹고 갈 곳이 없었다. 사람이 혼자 살 수 없다는 것을 그때 터득했다.


애로 사항은 중간 엄마 아빠 건너뛰고 할아버지에게 바로 말하는 것이 습관이 된 장손은 할아버지를 찾았다. 무슨 일로 왔냐는 할아버지 말씀에 길수 인수 재집이 모두 기차놀이 친구인데 그들은 학생이고 난 내년에 1학년 되면 중학생이 되어 인수 길수 재집에게 경례해야 되니 입학시켜 달라고 했다.


할아버지가 지역 유지라서 교장 선생님과 할아버지는 잘 아는 사이였다. 2주 늦게 입학한 나에게 교장선생님 특명으로 2주 동안 다른 애들이 배운 내용을 속성으로 나머지 공부로 배웠다.


공부 잘하고 있던 어느 날 예방 접종 주사를 안흥면 보건소에 시 나왔다. 기다란 주삿바늘을 알코올램프 불에 달구어 주사를 놓았다.


아팠다. 그냥 아픈 정도가 아니라 너무 아팠다.


하필 그날 우리 모둠이 청소당번이었다. 모둠 8명 중에 7명이 도망갔다. 보통 눈치라면 나도 집으로 도망가는 것이 맞는데 눈치 없게 혼자 교실 청소를 했다.


일단 의자를 책상 위에 올리고 빗자루 하나를 들고 책상 하단으로 넘어 다니면서 청소를 했다.


청소 다 했다고 분단장이 보고할 시간이 넘어도 보고가 없자 선생님이 교실로 오셨다. 책상 밑을 다람쥐처럼 폴짝 넘으며 비질을 하는 모습을 보신 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내가 들고 있는 비를 이리 줘하신 선생님은 비질한 곳 의자를 내려 책상 줄을 맞추라고 하시고 남은 구간은 선생님이 하셨다.


청소를 다 마치고 선생님은 도망간 7명은 내일 회초리로 벌주겠다고 하셨다. 나는 선생님 그러시면 제가 왕따를 당하니 그냥 모른 척해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선생님은 너 뱃속에 능구렁이가 있는 거야 착한 거야 하시면서 공부하는 학생 때는 그래도 되는데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눈치껏 살라고 하셨다.


세월이 지나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눈치 없는 어른을 한 명 발견했다.


1980년 5.17 전국 계엄 확대를 앞두고 전군주요 지휘관회의가 열렸다. 주영복 국방장관과 이희성 계엄사령관이 최상위 계급이고 전군 군단장급 이상이 모인 곳에서 정호용 특전사령관이 미리 원고를 암기해 앵무새처럼 읊은 말에 다들 옳소 그럽시다라고 할 때 눈치 없게 반대한 단 한 명의 장군이 군수기지사령관 안종훈이다.


안 장군은 그 일로 보안사에 잡혀가 조사를 받고 전역했다. 그 후는 독자 여러분 상상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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