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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계절. 160

할아버지 분노

by 함문평

중고등학생 시절 국군포로귀환이 라고 호들갑 떠는 환영사에 할아버지는 저 미친 것들이라고 했다. 이유는 큰아버지 때문이다. 학생시절은 아버지가 장남이고 나도 장남이라 장손으로 금이야 옥이야 컸다.

지금은 공군사관학교가 청주로 이전했지만 서울 보라매공원 터에 있을 때 합격을 하고도 큰아버지가 북한군 대좌로 노병이 된 것을 나만 몰랐다. 알았으면 연좌제로 신원조회에 떨어질 짓을 하겠어요?

집안에서 쉬쉬해서 모르고 응시했고 마지막 신원조회로 탈락되자 할아버지가 눈물을 핑 도는 눈으로 그동안 장손에게 숨긴 것이 미안하다고 하셨다.

큰아버지는 할아버지를 닮아 기골이 장대했다. 처음 국군이었으나 첫 전투에서 지자 의용군이 되었다. 실제로 남진하면서 할아버지에게 식량도 구해주고 남진했다.


휴전이 되고 거제도 포로 석방 시 횡성으로 오기를 갈망했으나 북으로 갔다.


6.25를 생생하게 경험한 할아버지 말씀에 의하면 북한에 국군포로 정말 자유민주정신이 투철한 국군포로는 한 놈도 없고 니 큰 아비처럼 할아비 말도 안 들어 쳐 먹는 엉덩이에 뿔난 놈이거나 부역한 일가친척이 있어 고향에 가봐야 사상검토에 국가보안법 무서워 북에 남은 놈들이라고 했다.


포로로 잡혀도 탈출할 의지만 있어도 육사 2기생 박경석 장군처럼 충분히 탈출할 수 있다고 하셨다. 국군에 몸 담았다가 의용군 된 놈들은 그 전쟁시기 인민군 식량이 국군 식량보다 충분해서 넘어간 놈이고 북에 남은 놈들이라 대대적인 환영은 정권 잡은 놈들 정권 홍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하셨다. 이 말은 30년 전 돌아가신 나의 할아버지 어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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