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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계절
야만의 계절. 363
철갑선 배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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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문평
Jan 6. 2025
세상이 온천지 법을 윗대가리부터
안 지키니 버스승객도 안 지킨다.
김해에서 상경한 여동생이 꼭 한남동 시위현장에서 보자고 해서 다녀왔다. 한남 오거리 쪽은 탄핵을 외치는 소리 고가도로 쪽에서는 탄핵 반대를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조카는 탄핵 외치는 곳에 갔다가 해산하면 한강진역 2번 출구서 만나기로 했다고 오빠 옆에 있어달라고 했다.
아무리 내 동생이지만 나는 너랑 있고 싶지 않고, 조카 있는 곳으로 가고 시
근데? 했다.
오빠는 왜 국가로부터 녹봉을 받은 사람이 왜 그래? 했다.
대통령이 국민을 보호해야지, 술기운에 계엄하면 그게 대통령이야, 주정뱅이지? 했더니, 오빠,
그럴 줄 몰랐다고 가라고 해서 왔다.
이래저래 심기가 불편했다.
불편하면 불편함의 연속이라고 성질나는 일만 생긴다.
전철로 삼각지에 하차 150번 타고, 공군호텔서
6713 환승을 했다.
버스는 배낭에 성조기와 태극기를 꽂은
할머니가 서울지방병무청을 통과하는데, 벨도 안 누르고 내려달라는데 왜 안 내려주냐고 발음도 조선족 발음으로 했다.
기사가 벨을 눌러야 서지요? 했다.
벨 눌렀시오라고
조선족 발음으로 했다.
내가 봤는데, 안 눌렀어요? 하니
아저씨, 아저씨는 왜 안 눌렀다고 함께?
야, 미친년아, 너 2진법 알아?
이진법이 무시기?
영과 일이 이진법이다.
버스 하차벨은 누르면 불,
안 누르면 꺼짐, 다시 누르면 불인데, 네가 안 눌렀으니 불이 안 들어왔다.
알간 몰간?
하여튼
내려주세요. 기사님? 했다.
중간에 정차하면 내가 사진 찍어 서울시경 교통과에
제보할 테니 알아서 하세요? 했다.
기사는 터널을 지나 해군호텔 앞에서 세워주었다. 그녀는 내리면서 작가를 째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런 째려봄에
기죽을 거면 작가 등단 안 했다. 작가는 아직 한강처럼 쓰지는 못해도 배짱은 철갑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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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단편소설집 <백서> 발행 2021년 현대시선 57호 <부적>당선 <스토리문학 소설모임>동인 E-mail : mpham3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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