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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산티페 산문. 32

선생님 선생님 나의 선생님

by 함문평 Mar 17. 2025

요즘은 강남 대치동거리를 가도 좀 못 사는 우리 동네 개봉동에도 국어/논술 학원이 있다. 내가 공부하던 시절은 성문종합영어는 최사정, 공통수학 정석은 이길동, 수학 2 정석은 황승기가 유명했다. 국어 강사도 있기는 했으나 굳이 국어까지 학원 공부 필요하나 생각했다. 신기한 것은 국어는 학원을 안 다녀도 점수가 잘 나왔다.


그것은 아마도 중학교 국어 선생님이 국어에 호기심을 자극하신 덕이라고 생각한다. 국정교과서 국어책에 청록파 시인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 시를 배우던 시절 전재수 시인이 중1시절 1학기 교사였다. 굳이 1학기 교사라고 표현한 것은 1974년 1학기만 가르치고 고등학교로 가셨다. 그러니 우리 후배들은 그 선생님 성함도 모르지만 나는 나이 육십 중반인데, 기억을 한다.


첫 시간에 자신을 소개하면서 박목월 시인의 마지막 시인 추천을 받은 시인이라고 하셨다. 원래 처음부터 대학을 국문과나 국어교육과를 갔다면 여러분의 선생이 아니라 경기고, 경기여고, 경복고, 서울고, 서울여고 중 한 학교의 국어교사가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잘 살던 집안이 가세가 기울어져 대학을 합격해도 등록금 납부할 형편이 못된다는 것을 알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는 공군사관학교를 갔다. 경상도 촌에서 뛰놀던 체력이라 어렵다는 사관학교 체력장, 그 열 배는 힘들다는 조종사 신체검사도 통과해 빠이롯드가 되었다.


공군장교 그것도 빨강 머플러가 시를 쓰고, 시인으로 등단하자 주변여서는 다들 미치 놈이라고 했다.


선생님은 우리 중1이 너희들에게 이런 말 해도 이해 못 하겠지만 내 인생은 나의 인생인데,  80% 사람들은 내 인생을 남이 봐주는 인생으로 산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정말 시가 좋아서 시인이 되었는데, 공군장교가 대령, 장군 승진을 위해 노력해야지 장교가 시 나부랭이나 쓰냐고 장군에 계 엄청 혼나 전역하고 여러분 선생이 되었다고 하셨다.


보태어 시나부랭이로 욕한 장군을 이졔 여러분의 국어교사라 장군, 정직하지 못하고, 정치적 풍향에 맞추어 바람 보다 먼저 눕는 풀 같은 장군에게 똥별 또는 장군 나부랭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하셨다.


달 수업을 하고 4월 첫 수업에 동백꽃이 다 피지 않고 망울이 커질 무렵 봄비가 내렸다. 모두 교과서 덮어하시더니, 우산을 쓰고 감나무 아래 집합을 시켰다.


국어 시간에 이렇게 봄비 내리는 날 교과서 진도를 꼬박꼬박 나가라는 깃이 이 나라 교육 풍토다. 교육은 교과서 밖에서도 할 수 있다며 인생 이야기를 40분 동안 들려주시고 숙제를 내셨다. 봄비 맞은 느낌을 시는 원고지 3매, 산문은 원고지 10매로 다음 국어시간까지 써내라고 했다. 우리 반 60명 중 59명이 3매를 냈고 혼자 10매를 냈다.


그 10매를 다른 반 전쳬에 읽어주셨다. 여러분이 낸 숙제 중 가장 잘한 숙제라고.


그러니 국어공부를 잘 안 할 수 없었다. 선생님은 시인, 제자는 소설가가 되었다. 국어 잘 가르치는 소문에 바로 2학기는 S고 국어선생이 되었다. 중학교는 김대영 선생님을 신입 교사로 뽑았다. 이 분은 작곡가 김대현의 형으로 집 자체가 예술인 마을에서 출퇴근했다. 요즘도 버스로 사당동 예술인 마을 안내방송 나오면 선생님 대머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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