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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뎐. 40

참 꼴 같지 않은 놈들

by 함문평

할아버지는 당신 전 재산이 횡성한우 99마리에 감사해하셨다. 반대로 돈푼이나 있다고 껄떡거리는 재벌 놈을 우습게 알고, 박정희 포함 일본군 장교, 특히 간도특설대 출신 놈들은 아주 하수로 봤다. 왜냐하면 박정희가 대통령이라 대놓고 욕하면 바로 중앙정보부서 잡아갈 시대니 오직 말 상대는 입 무거운 장손뿐이었다. 그래서 아녀자 할머니, 고모는 술안주만 만들고 저리 비키라고 하시고, 돼지고기 살점반 비계반 김치 자 지지 않고 한 김치찌개를 왕년에 만주에서 영하 40도에 김치찌개와 고량주나 빽알 마시던 이야기를 들었다. 사이사이 독립군이 왜 마적단으로 위장했고, 간도토벌대가 마적단과 독립군을 같은 취급을 했는지 알려주셨다. 독립군으로 잡히면 일본 놈 순사가 더 혹독한 매질을 했고, 마적단은 만주서 중국 눈치를 보느라 조선 독립군보다 약하게 체벌했다. 그래서 편법으로 독립군이 잡히면 만주 마적단 행세를 한 것이라고 하셨다.


할아버지는 돈, 그거 개도 안 물어갈 돈인데, 장손이 나이 지긋하게 되면 이 나라는 사람보다 돈을 더 숭상하는 천박한 나라가 될 것이다. 일본 놈 순사 나부랭이 후손이 껄떡거리고 나라를 지배하고, 말로는 일본 놈 순사보다는 고귀한 척 검사가 하지만 종국에는 검사 놈들도 지 밥그릇 챙기기 바쁠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이 할아비가 죽고 난 30년 후가 될 것이니라. 장손은 절대 검사나부랭이 옹호하는 글이 아닌 할아비가 들려준 순사나부랭이 혼내주는 글을 쓰라고 하셨다. 장손의 그런 기개 있는 글을 보면 내 죽어 천당보다는 지옥 갈 확률이 높은데, 지옥에서도 장손의 글 장손의 책이 교보베스트셀러 3위 안에 오르면 지옥불이 유황불인지 석탄불인지 알 수 없으나 행복할 것이라고 하셨다.

조선 마지막 선비 마지막 세대 훈장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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