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입국
200X 년 2월 16일, 인천 국제공항
승객 여러분, 저희 비행기는 곧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겠습니다.
대한항공 기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나는 조선 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혁명열사 강민철의 아들로 조국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스위스까지 가서 유학을 하였는데, 조국을 버리고 남조선에 온 것이다.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의 배려로 평양에서 혁명유자녀학원을 마치고 김일성종합대학교 물리학과와 스위스 쮜리히 국립대학에서 핵물리학 박사가 되었다.
오늘이 2월 16일 김정일 지도자 동지의 생일이다.
승객 여러분! 하는 아름다운 승무원의 기내방송에 내 가슴은 쿵 쿵 뛰었다.
비행기 유리문으로 내려다 본 인천국제공항 모습은 아름다웠다.
저 멀리 푸른 벌판은 북한의 산하와 다를 바 없었다.
나의 서울행은 다른 탈북자와는 달랐다.
배가 고파서 탈북 한 것도 아니고 북한 체제가 싫어서 탈북 한 것도 아니다.
다만 아버지 강민철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한다고 어머니 박은경이 스위스를 떠나 미국이나 남한이나 연구하기 좋은 곳으로 가라고 해서 실행한 것이다.
나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프랑스 파리를 경유하고 필리핀과 일본을 거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는 인천국제공항 관제사의 통제에 따라 활주로를 서에서 동쪽으로 미끄러졌다. 덜컹하는 소리와 엔지소리가 들리더니 시동이 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