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세 서기관은 원탁 위에 흑백 사진 한 장을 꺼내 놓았다.
사진을 보는 순간 미정은 오빠! 우리 오빠 맞아요! 오빠 어디 계셔요?
미정은 오빠 영철의 사진을 붙들고 가슴에 안았다.
이 흑백사진 한 장은 1983년 버마 아웅산 묘소 테러 사건 후 1993 년, 버마 순직자 가족들이 버마를 방문할 당시 버마에 국가안전기획부에서 안내 및 안전 책임자로 동행하면서 함영세 서기관이 강민철이 수감된 인세인 감옥에 면회를 하고, 국가정보원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 강민철의 사진을 찍었던 것이다.
사진 속의 강민철은 강영수와 붕어빵이었다.
오빠 강영철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미정에게 오빠의 아들 조카였고, 미정은 나에게 아버지의 유일한 여동생 고모였다. 미정을 향해
고모 ! 하고 불렀다.
고모는 나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영수, 영수야!
세상에 이런 일이 ! 난 오빠가 아직까지 장가도 못가고 총각으로 해외에서 들어오지도 못했구나 생각했는데, 세상에 이런 오빠랑 똑같은 아들이 있다니!
함영세 서기관은 주머니 속에 강민철이 1983년 10월 9일 아웅산 묘소에서 테러를 하고 버마 군경에 잡힐 당시의 사진도 가지고 있었으나 차마 고모와 나에게 그 끔찍한 사진을 보여주지 않고 주머니 속에서 손만 사진을 만지작거렸다.
고모와 내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자 함영세 서기관이 심문을 이어갔다.
강미정씨, 강원도 통천에 대해 기억나는 대로 말해보세요.
예, 우리 통천은 남조선의유명한 사업가 정주영 회장님의 고향으로도 유명하지요.
바닷가라 경치 좋고 살기 좋은 곳입니다.
관동 8 경의 하나인 ‘총석정’이 있습니다.
해산물이 풍부하고 통천평야에서는 곡식도 많이 거두어 살기 참 좋습니다.
오빠 이름이 강민철 맞습니까?
아니요, 오빠 이름은 강영철입니다.
선생님이 보여준 자료에 강민철 1955년 4월 18일 생으로 된 것은 가짜입니다.
진짜 생년월일은 1957년 7월 29일 생입니다.
오빠와 저는 3 살 차이입니다.
제가 1960 년생이니까 오빠는 1957년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