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혼밥 먹기 힘든 사람. 63

개똥

by 함문평

참 이 나라 꼬락서니가 어쩌면 그렇게 30년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걱정하던 그대로가 되어간다. 할아버지를 정점으로 열두 명 대식구가 한집에 살았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작은어머니, 총각 막내 삼촌, 장남, 장녀, 차녀, 차남, 막내까지에 촌수 없는 식객까지 버글 버글 살았다.

일 년 중 가장 행복한 날이 초, 중, 말복이었다. 미리 복에 먹기 위해 할아버지가 구해 키운 황구를 할아버지와 막내 삼촌이 개울에 나가 손질해 오면 할머니, 작은어머니가 요리를 했다. 어머니는 개고기 먹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보기만 해도 토했다. 월남전 참전한 작은 아버지 때문에 혼자 사는 작은 어머니를 친정으로 보내니 친정에서 뭔 출가외인이 들어와 살면 집안 안 풀린다고 시댁으로 들어가라고 해서 오셨다.

그렇게 작은 어머니와 할머니가 요리를 다할 때쯤이면 할아버지는 장손에게 커다란 주전자 2개에 막걸리를 받아오게 했다. 어머니는 별도 달 백숙을 구석에서 드시고 나머지 식구는 남녀 나이 불문 맛있다를 연발했다. 물론 막걸리도 장손이라는 이유로 할아버지가 한잔 주신 것을 잘 배분해 보신탕에 밥 한 그릇 다 먹을 때까지 분음 했다.

그때 할아버지 말씀이 이런 날이 내가 죽고 30년 후에는 하고 싶어도 못할 거라 하셨다. 그때는 이해를 못 했다. 1995년에 돌아가셨으니, 금년이 꼭 30주기다. 놀랐다. 개 식용 금지법 만들 것을 어떻게 그 시절에 예언하셨나 알 수 없다.

한심한 거수기들이 식용 황구와 애완견 구분도 못한다. 더 한심한 것들은 잘 사는 강남 사람들이 애완견 키운다고 덩달아 키운다. 키우면 개봉동 애완견주가 강남 테헤란로 애완견주 수준으로 지킬 것을 지켜야지, 개봉동 애완견 용품점 앞에 개똥이 있어서 찍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혼밥 먹기 힘든 사람. 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