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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사운드

05. 교화소

by 함문평

나이 40세에 교화소에 들어온 득철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7호 방에 수감되었다. 간수는 7 호방 방장에게 이 새끼는 공화국을 배반한 간첩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법대로 하면 원칙은 총살해야 하는데 이놈과 공범인 형 승득남을 아직 잡지 못해 여기 수용하는 것이니 교양 잘 시키라고 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형법 XX 조 3항 국가모독죄 및 간첩 및 적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공개총살이다.

꿈에서 어머님이 득철아! 득철아! 하면서 통곡하셨다. 나 때문에 어머니까지 간첩 행위자의 가족이 된 것이다. 형과 형수 박은경 조카 오혜령이는 국경을 잘 넘었는지 자신은 잡힌 몸이지만 남은 가족만이라도 무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화소 안에서 맞는 겨울은 집보다 더 춥다. 감방 통로에 난로를 피웠다. 연기가 제대로 빠지지 않고 감방 안으로 들어와 보도가 연기로 자욱했다. 매콤한 냄새가 났다. 연기 때문에 눈물을 조금 흘렸다. 기침이 나왔다. 교화소는 교화소장이 제일 높고, 부소장, 정치부장, 간부 과장이 있고 제1 과부터 5관까지 과장과 보안원, 보안 보조원이 있었다. 교화소 울타리 경계는 지역 군부대에서 경계를 담당했다. 혜산시 제3 교화소는 혜산시 변두리에 있었다. 지나는 차량도 없는 한적한 산촌이다. 교화소 콘크리트 담벼락은 8m 높이였다. 감히 탈출 엄두를 낼 수 없는 높이다. 교화소 간부들은 나이 불문하고 감방의 수감자에게 반말 명령조의 어투였다. 반탐 과장이 그를 찾는다고 하여 출두했다.

“득철, 너는 내 말 잘 들어라. 너 7호 방에서 생활하면서 그 방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잘 기억했다가 내가 호출하면 다 말을 해야 한다. 건너 9번 방 죄수들도 어느 놈이 소란을 피우고 싸우는지 잘 기억했다가 나에게 보고해라.”

“예, 알겠습니다.”

“남의 행동을 보고 일러바치기 싫지?”

“아닙니다. 일없습니다!”

“그래, 그럼 너만 믿는다.”

“예, 알겠습니다.”

반탐과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교화소 연병장에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어린 시절은 눈만 오면 마냥 즐겁고 기쁘기만 했는데, 이제는 눈이 지겹고 귀찮다. 이 많은 눈을 치울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교화소 입소한 날부터 하늘도 땅도 득철을 비웃는 것 같았다.

담장에 새겨진 커다란 글씨 <도주자는 쏜다> <도주자는 멸망이다>가 그냥 구호가 아닌 것을 추운 겨울에 목격했다.

비상 사이렌이 엥~~ 웽~~ 울렸다. 영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모든 교화소 직원과 죄수들은 연병장에 집합하라고 했다. 겨울철이라 땔감 나무 구하러 산으로 간 벌목공들도 벌목을 조기 중단하고 교화소로 돌아왔다. 교화소 연병장에 2,000여 명의 죄수들하고 직원이 모였다.

“사격수 앞으로!”

소대장의 구령에 따라 사격수 4명이 사대 앞에 사격 준비 자세로 섰다.

도주했다가 붙잡힌 죄수 4명이 말뚝에 나란히 묶여 있다.

“우로 돌아!”

구령에 맞춰 사격수가 우로 돌아 도주자가 묶인 말뚝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사격 준비!”

“사격 준비!”

“발사!”

“발사!”

“탕!”

“탕!”

“탕!”

“탕!”

교화소 연병장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 사람들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4 명의 도주자의 목이 앞으로 푹 수그러졌다. 피를 흘린 4명의 죄수의 시체를 참석한 2,000여 명의 죄수와 교화소 직원들이 일렬종대로 견학했다. 반탐 과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도주자의 말로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라!”

소름이 돋았다.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도주자의 옆을 지나갔다. 죄수들은 모두 강당으로 들어갔다. 도주자의 처형 다음에 이어지는 것은 녹음기처럼 반복되는 반탐 과장의 정신교육이었다. 교육 내용은 매번 똑같다. 도주자의 말로는 총살이다. 이렇게 총살당하고 싶으면 도주하라. 그날도 똑같은 정신교육이 진행되었다.

특별정신 교육에 이어지는 것은 사상학습이다. 죄수들은 큰 소리로 김정일 장군님은 교시하셨습니다.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장군님께서는 나라와 인민 앞에 죄를 짓고 개전 생활을 하는 수용자들에게 있어서 노동은 썩어빠진 자본주의 정신을 몰아내고 번쩍이는 공산주의 사상을 바로 세우는 길이다. 큰 소리로 복창했다. 하루 종일 피곤한 일과를 보내고 취침 구호에 맞춰 침상에 누워도 쉬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3일 후 이민준은 진달래 식당에서 안 부장을 만나 10만 $를 받았다. 정도는 일부를 중국 위안화로 환전했다. 압록강 너머 중국 땅에 교통이 나빠 중국 공안의 순찰도 별로 오지 않는 한적한 곳에 농가를 임대했다. 겨울 동안만 사용하고 봄에 농사지을 때 주인에게 되돌려주기로 하고 빌린 것이다.

민준은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다. 농가 주택 임대한 곳의 주소를 알려주었다. 어머니에게 지난번 집에 초대했던 8명 중에 어머니가 가장 믿는 3명에게만 주소를 알려주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아직 정도 소식을 모른다고 하라고 했다.

민준 어머니 김경희 노파는 아들 친구 중에서 어려서부터 민준과 친했고 입이 무거운 친구 박영만, 곽승종, 윤성훈을 은밀하게 집으로 초대했다. 저녁을 정성스럽게 준비했다. 추운 겨울에는 동태찌개가 최고라 생각하고 준비했다. 술도 준비했다.


“어머니, 오늘 무슨 날입니까?”

“날은 무슨 날, 그냥 아들놈 중국서 언제 올지 모르니 아들 친구와 밥 한번 먹는 것이지?”

“그런데, 누구 생일처럼 푸짐하게 준비하셨어요?”

“민준 없이 나 혼자 밥 먹으면 밥맛이 없어 오늘은 아들 친구 3명이 함께 먹으니 밥맛 참 좋다!”

“예, 민준 없는 동안 저희가 교대로 아들을 하겠습니다.”

“그럼, 고맙지.”

“예, 내일 제가 먼저 집에 땔감 나무 해드리고, 다음 주는 승종이 그다음 성훈이 순으로 하겠습니다.”

“올겨울은 나무 걱정 없이 살아도 되겠구나?”

“걱정을 마세요.”

아들 친구 3명과 동태찌개에 소주 한 잔씩 주고받자 어머니가 본격적인 말을 했다.

“사실, 친구들이 많지만 3명만 부른 것은 지난번 나뭇잎 20kg 구하기로 한 사업이 잘못하여 3kg으로 줄었다고 민준이가 3명만 추려서 농가 주소 알려주라고 해서 너희들 3명 부른 것이야.”

“예, 알겠습니다.”

“다른 사람 눈에 안 띄게 조심하고, 혹시 물으면 정도 소식 모른다고 똑같이 말하고.”

“예”

“어머니, 왜 20에서 3으로 줄었다고 했나요?”

“저쪽 혜산에서 물을 담당한 형제가 물 한 말 구해주고 30만 $를 받았는데, 한 명이 돈을 흥청망청 쓰다가 보위부에 잡혀가 고문받고 실토해 간첩죄로 교화소 입소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뭇잎 사업은 완전히 접을 작정인데, 민준을 도와주는 안 부장이라는 분이 어렵게 연락이 되어 3kg으로 줄여서 하기로 한 거니 실수 없게 해라.”

“예, 알겠습니다.”

친구들은 식사를 마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들이 돌아간 후 그녀는 정리했다. 설거지를 다 마치는 순간 문밖에서 누가 어머니를 불렀다.

“누구세요?”

“보안 지서에서 나왔는데, 아들 민준 동무는 통 소식이 없소?”

“예,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거짓말? 아까 윤성훈, 박영만, 곽승종 등이 이 집에서 나가는 것을 내가 밖에서 봤는데, 그렇게 거짓말을 하소?”

“아들 민준이가 없으니 내가 그 3명 아들 친구 밥 한번 먹이고 땔감 나무 부탁했소. 그 3명 붙들어 물어봐요, 나무 해주기로 했나 안 했나?”

김 노파의 말을 들은 보안 지서 보안원은 알았다고 하고 돌아갔다. 노파는 잠자리에 누워 있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 천장이 온통 민준 얼굴로 채워졌다.

다음 날 3명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로 향했다. 지나가는 차량이 있으면 얻어 타고 없으면 걷고를 반복하여 풍계에 당도했다. 풍계 일대는 군인들 경계 초소가 주요 목마다 설치되어 있었다.

“어이, 거기 3명 동무들 이리 오라!”

“부르셨습니까?”

“동무들 공민증 꺼내 봐라!”

“여기 있소.”

“여기.”

“여기.”

“3명 모두 집이 청진인데, 이곳 풍계까지 여행 증명서도 없이 뭐 하러 왔소?”

“군인 동무,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여행 증명서는 무용지물 된 거 모르오?”

“풍계 온 이유는?”

“어머니가 눈 속에 인동초가 약효가 좋다고 찾다가 여기까지 온 것이오.”

“풍계는 얼마 동안 머물 작정이오?”

“일주일 있을 것입니다.”

“알았소. 통과하시오.”

교화소에서 득철로부터 풍계리 일대 생수로 달러를 많이 받은 내용을 반탐 과장 방철호가 군 당세포에게 보고하고 군 당세포는 국가안전보위부에 보고했다. 그 보고서 한 장이 완전 국가보위부를 흔들었다. 일체 국경경비초소에 뇌물을 받고 중국을 밀행을 통과시켜 준 경비 초소의 소대장과 부소대장을 색출하였다.

굴비엮음 당하듯이 당한 압록강 두만강을 경비하는 국경경비대에 숙청의 회오리바람이 불었다.

과거 대한민국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이중광 중령이 월북하자 철책을 지키던 28사단을 빼고 5사단을 교체 투입하듯이 천하제일 5군단에 대대적인 부대 교체를 했다. 부대가 교체되니 압록강 두만강 국경경비대에 간부들에게 뇌물을 먹이고 장사를 하던 장사치들이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다. 그나마 그런 장사치들 덕분에 북한에 부족한 쌀이며 기름이며 간장을 공급해 주던 것을 이 부대 교체로 평양 내부에서는 더욱 궁핍한 생활을 했다.

정보는 돈이다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도 통했다. 유도선수 계순희와 찍은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어 정보사령부에서 흑색 여권으로 활동하던 공작원 흑금성이 해직되었다. 흑금성 같은 망을 하나 만들기 위해 20년 동안 흑금성에게 들어간 돈이며 물자가 얼마인지 사진을 크게 보도한 신문사는 알기나 할까?

한 개의 정보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돈과 무형의 노력이 들어간다. 특히 미국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인간정보다. 미국인은 외양부터가 다르기에 조선에 인간정보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도움이 필요했다.

흑금성이 언론에 보도되자 놀란 것은 한국의 정보사령부보다 미국의 C.I.A가 더 놀랐다. 왜냐하면 흑금성은 미국이 아쉬워하는 정보를 비공식적으로 공작금 안 받고 도와준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예를 들면 김일성 살아생전 김우중이 해주 일대에 김일성이 짓고 싶어 하는 수산물 가공공장을 지었을 때 남한의 국가정보원 직원이 대우의 부장으로 위장 취업해 들어갔다. 국정원도 바보 같은 놈들이지 급여명세서를 대무 명의로 발급해야지 OO 공사, OOO 문화원으로 발급하니 바로 고정간첩이 눈치채고 북으로 보고해서 김우중이 김일성에게 완전히 인조가 청나라 홍타이지에게 정축하성(丁丑下城) 절하듯이 하고 순금으로 만든 두꺼비를 바쳤다.

흑금성을 정보요원으로 김정일이 알고 만났는지 모르고 만났는지 알 수는 없다. 전직이 정보사령부 육군 중령으로 전역한 사업가였다. 흑금성이 한미합동 정보부대에 근무하면서 한국인이면서 미국 국적을 가진 장교를 알게 되었다. 미국이 한국에서 활동하는 정보요원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중학생 때부터 선발하여 한국 여행을 하고 한국 학교에서 공부했다. 물론 생활하는 거주지도 유엔빌리지가 아니라 한국의 평범한 마을에 집을 구해주었다. 한국말도 잘하고 한국 역사에 대해서나 문화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공부했기에 외모만 봐서는 저 사람이 미국인이라기보다는 한국인으로 보게 만들었다.


‘자금성’과 일을 하는 Sable Choi, 그녀는 한국명 이름 최미정이었다.

그녀는 미국에서 중학생 시절에 한국에 여행을 와서 서울과 경주 부산을 다녀갔다. 고등학교는 한국에 유학을 와서 국제고등학교에 다녔다. 대학은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을 수료하고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돌아가서 육군 장교를 육성하는 과정을 마친 후에 정보요원을 육성하는 곳에 정보 전문과정도 이수했다. 최초 배치는 동두천 미 2사단 정보부대에서 근무하다가 미 2사단이 해체되어 서울 소재 한미합동정보부대로 왔다. 서울 여성의 집터가 자금성과 Sable Choi가 근무했던 한미합동 정보부대 터였다. Sable Choi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동안 자금성은 그녀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언행이 일치했고, 절대로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없었다. 공사 구분이 명확하던 그녀가 하루는 ‘자금성’에게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했다. 아침, 점심, 저녁을 꼭 부대의 식당에서 먹던 그녀가 외부 식당에서 저녁을 하자고 했다.


“Sable Choi, 무슨 일이야? 항상 부대 식당에서 밥을 먹던 세이블이 외부서 만나자니?”

“흑금성, 놀랐지?”

“의외인데?”

“Mr. Park, 안 되는 줄 알면서 하는 부탁인데 들어줄 수 있나요?”

“말해 봐?”

“미국 본부에서 리비아 ‘카다피’에 대한 공작을 하는데, 자료가 너무 없어서 부탁해?”

“글쎄, 큰 도움이 될지 모르나 나의 삼촌이 대우건설 인사부에 근무하는데, 최근 리비아에서 귀국한 사람이 있나 알아볼게.”

“고마워.”

자금성은 대우건설 리비아 공사 현장에서 근무하다 귀국한 부장을 삼촌에게 소개받았다. 박영수는 Mr. Park 자금성 박경서의 삼촌이었다. 그는 대우건설 건너편 커피숍으로 박경서를 데리고 갔다.

“무슨 일이야?”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미군 장교 부탁인데요, 리비아 수로 공사에서 최근 귀국한 사람 있으면 저랑 미팅 좀 주선해 주세요.”

“음 지난 크리스마스에 공사 과장을 새로 내보내고 거기 있던 함상신 부장이 귀국했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구나?”

“예, 그분 승낙한다면 연락을 주세요?”

“그렇게 하지.”

“감사합니다.”

자금성은 삼각지 전주집이라는 식당에서 소개받은 함 부장을 만났다. 함 부장은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카다피의 방공호 공사를 하면서 공사 기간이 늘어나자 후임자와 교대하고 귀국했다. 직책이 공사 부장이라 그 방공호 작업하는 도면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도면은 상세했다. 출입구와 비상 통로 심지어 화장실에는 변기는 어느 나라 무슨 제품을 사용하고 출입문 손잡이 규격이 얼마인지 상세하게 되었다. 함 부장이 커다란 바인더를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설명하다가 공사와 상관없는 듯이 보이는 양복점 사진이 나왔다.

“이 양복점은 겉모습은 양복점인데 실제는 카다피가 공사 현장을 볼 때, 사전에 와서 복장을 갈아입고 공사장으로 들어가는 위장 장소야.”

“이 양복점 사진과 양복점에서 공사 현장까지 가는 이동 통로 도면만 복사해 주세요.”

“예, 바로 복사하죠?”

식사를 마치고 식당 가장 가까운 서점에서 복사했다.

양복점 안쪽으로 들어가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계단을 따라 더 내려가면 교차로가 나왔다. 북쪽으로 200미터 가면 방공호 공사 현장 가림막이 설치되었다. 방공호 공사장은 외부에서 내부를 볼 수 없게 20미터 높이였다. 카다피는 미국에 대해 연일 비난을 했다.

자금성이 Sable Choi에게 전해 준 한 장의 사진은 미 501 정보여단을 통해 미 본토 정보담당자에게 전해졌다. 리비아 공작이 실행되었다. 카다피가 양복점으로 들어가고 경호원 2명이 따라 들어갔다. 미군이 공대지 미사일로 발사한 스마트 탄이 뒤따르던 경호원 2명을 즉사시켰다.

카다피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카다피는 직감했다. 카다피를 쏠 수도 있으나 경고 차원에서 경호원을 명중시킨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카다피는 더 이상 미국에 대해 막말을 할 수 없었다.

이 공작 이후 카다피는 미국에 대해 온건한 태도를 유지했다. 리비아 공작의 성공으로 세이블 Sable Choi는 공로 훈장을 받았다. 오키나와 정보국의 중동 담당 부국장이 오산 비행장에 내렸다. 카다피를 제압하는데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한 세이블을 격려차 온 것이다. 세이블은 흑금성을 대동하고 나갔다.

부국장에게 흑금성을 소개하고 결정적 정보가 된 출입구로 사용한 양복점 사진과 도면을 자금성이 구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담당 부국장은 Sable Choi와 흑금성에게 미국 정보책임자의 포상을 건의한다. 무엇을 누구누구에게 주면 좋겠냐고 물었다. Sable Choi는 이 정보의 제공자는 흑금성이니 그에게 부상을 주라고 말했으나 받지 않았다. 그는 대우건설 리비아 방공호 건설하는 대우건설의 함 부장에게 주라고 했다. 대우 함 부장에게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대우 프린스 자동차 한 대가 역수입되어 평택항으로 들어왔다.

영문도 모르고 나오라고 해서 나간 함 부장은 프린스를 선물로 받았다. 그는 너무 기뻐 눈물을 흘렸다. 이 일로 세이블은 미군 정보부대에 훌륭한 정보장교로 소문이 났고 흑금성 때문에 미국 정보 분야 근무자들이 대한민국 정보장교의 능력을 무시하지 못하는 전기가 되었다. 한 장의 사진이 미국에 엄청난 도움이 되는 정보였다.

수집 처장이 정보 사령관실을 찾았다.

“충성!”

“들어와.”

“사령관님께 자금성에서 여쭙는 보고가 와서 보고 드립니다.”

“무슨 내용이야?”

“자금성을 해직하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만든 정보망이 양자강입니다.”

“거기까진 나도 알고 있어.”

“자신들이 풍계리와 금창리 일대의 흙을 보내도 되냐고 왔습니다.”

“행림 상사에서 나뭇잎과 샘물을 받으면 되지 굳이 흙까지?”

“아닙니다. 한·미 합동 정보부대에서 지령이 가기를 핵 실험장 근처의 흙, 물, 나뭇잎 등 핵실험 후 잔류물질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보고하라는 지령이 이미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럼, 획득 보고하라고 하면 되지 왜?”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양자강은 전임자 자금성을 해직한 후에 흑금성에 대한 사후 조치가 미흡해서 혹시라도 역정보에 말려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슨 역정보?”

“사령관님은 서조 산업이 자금성 해직 후속 처리가 적절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나도 미안하게 생각하는 바 있는데, 인간정보가 자기 얼굴을 계순희하고 나란히 찍은 사진을 대문짝만 하게 내도록 하는 놈이 정보야?”

“그건 자금성이 그런 것이 아니고 판매 부수 올리려는 언론사 장난입니다.”

“언론사 장난을 치더라도 자기 얼굴은 절대 안 된다. 내보내려거든 반드시 얼굴을 가리고 내보내라 한마디만 했으면 신문사가 그러겠어? 그냥 사진 내보내도 된다고 허락하니 얼씨구 좋다 대서특필한 것이지?”

“지나간 일을 어쩔 수 없고 이제 자금성 해직하고, 양자강이 뿌리내리게 해야 합니다. 한·미 합동 정보부대에서 나뭇잎, 샘물, 흙 등을 보내라고 했으니 자금성에게 흙에 대한 수집지시를 내리라고 황용구 장군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신문에 계순희와 찍은 사진 덕분에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어 더 이상 정보요원 일을 할 수 없는 그를 대신하여 황용구 장군이 자금성을 운영했다. 수집 처장에게 전화를 받은 황 장군은 연변상사에 지령을 내렸다.

(대외비)

수 신 : 연변상사

참 조 : 영업부장

제 목 : 토양 성분 검사를 위한 샘플 보고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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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녕하십니까? 귀사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아래와 같이 신형 비료 생산을 위한 각 지역의 흙을 아래와 같이 수집 보고 바랍니다.

2. 내용

연 번




내용




수량





1




연변지역 흙




3 Kg





2




함경북도 길주군 금창리 흙




3 Kg




3. 위 내용을 수집하는 즉시 항공화물로 회신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199X. 4. 11.

서 조 산 업 부회장 황 용 구 (서 명)

공문을 받아본 연변상사는 서둘러 작업을 했다. 망 이름이 자금성이지만 왕년에 잘 나가던 흑금성이 사용하던 이름 없이 일하는 일꾼들도 해고되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도 이제강 부부장 등 상층부 사람들도 해직되었으나, 지방에서 일하던 무역일꾼들은 그대로 활동했다. 시작은 행림 상사보다 늦게 했지만 수집 보고는 자금성 라인인 연변상사가 먼저 했다.

(대외비)

수 신 : 서조산업

참 조 : 영업부장

제 목 : 토양성분 검사 위한 샘플 보고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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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녕하십니까? 귀사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아래와 같이 신형 비료 생산을 위한 각 지역의 흙을 아래와 같이 수집한 것을 보고 드립니다.

2. 내용

연 번




내용




수량





1




연변지역 흙




3 Kg





2




함경북도 길주군 금창리 흙




3 Kg




3. 위 내용을 수집하여 199X. 4. 25. 아시아나 항공 택배로 보내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199X. 4. 25.

연변상사 사장 서 경 석


199X 년 봄이 되자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갈등은 점점 높아졌다. 당시 영변의 원자로에서 연료를 빼낼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IAEA는 합의를 못했다.

미국과 대한민국이 공유하고 있는 작전계획 5027을 입수했다고 조선중앙 TV를 통해 공개적으로 미국을 겨냥해 북침 놀이를 그만하라고 했다. 가장 의심을 받은 사람은 흑금성 박경서였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비교적 쉽게 여러 번 드나든 반대급부로 작전계획 502X를 넘겼을 것이라고 국가정보원은 넘겨짚고 수사를 했다.

흑금성은 억울했다. 대남 일꾼들을 만나면서 나는 대한민국 장교이고, 너희들이 주장하는 주체사상 이론 책과 김일성 일대기인 세기와 더불어 항일 빨치산들의 수기를 다 읽어 본 사람이고 사상적으로 무장된 사람이니 어설프게, 김일성 동상에 참배라거나 혁명열사릉 참배 또는 공산당 입당 서약을 하려고 한다면 나는 바로 사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하고 대북 사업을 한 것인데, 어이없게 이중간첩으로 몰려 재판장에 출두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대한민국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을 때마다 교묘하게 정국을 이용하여 북풍이라는 것을 일으켰다.

자신들이 협상에 유리한 정국을 만들었다. 정권이 바뀌면 법정에 설 휴전선 부근에서의 무력시위를 대한민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달러를 주어가면서 부탁했다. 대한민국은 선거에 의해 우파가 정권을 잡기도 하고 좌파가 정권을 잡기도 하지만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좌도 우도 없는 절대 민족주의 그 자체였다. 그것을 모르는 대한민국은 좌파가 집권하면 종북 세력이라고 매도했다.

한쪽은 대남사업 일꾼을 한자리에 보직을 주면 10년, 20년 그 일만 하는데 한쪽은 정권 바뀔 때마다 실무자와 책임자가 바꾼다. 장기적으로 협상한다면 어느 쪽이 유리할 것인가? 답은 명확했다. 남과 북이 정상회담을 해도, 장성급 회담을 해도 남은 북에다 달러를 주고 구걸했다. 좋게 포장해서 포용 정책이지 한마디로 퍼주기 정책이었다.

공문과 함께 연변의 흙과 함경북도 길주군 금창리의 흙을 받은 황용구 준장은 그 내용을 정보 사령관 조 소장에게 보고했다. 조 소장은 도착하는 즉시 한미합동정보부대로 넘겨서 한미합동으로 감정 분석을 하도록 했다.

어느 나라이고 간첩이라고 하는 정보요원을 양성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국가를 위해 말없이 일하는 요원을 국가가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에 정보요원을 누가 하려 할까? 의문이 들었다.

대한민국의 군사 교범은 수없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넘어갔지만, 지금까지 공화국의 교범을 한 권도 입수하지 못하던 것을 흑금성이 입수했다. 그는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북의 각계각층 사람들과 친분을 쌓은 후에 디지털카메라를 지인에게 주어 <인민군전술훈련제강>이라는 훈련 교범을 표지부터 맨 뒤 출판사 이름과 발행일까지 사진으로 찍어서 정보사령부와 업무협약을 맺은 출판사에서 책으로 출간해 필요한 군부대에 나누어주었다.

<인민군전술훈련제강>을 손에 들고 조 소장은 눈을 살며시 감았다. 이 한 권의 교범을 입수하고자 떠나간 흑금성은 목숨을 걸고 책을 가져올 수 없으니 책을 통으로 사진을 찍어왔는데, 그는 그를 보호하지 못한 것에 자책감이 들었다.

199X 년 금창리에 북한은 핵 개발 시설처럼 보이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공사하고, 지하 갱도도 파서 입구가 항공촬영에 노출되도록 했다. 발사대를 장착한 차량, 수많은 드럼통을 실은 차량이 갱도를 들어갔다. 위장망을 설치했으나 일부는 미국의 RC-135 전략정찰에 촬영되었다.

미국은 이 사진을 근거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압박했다. 금창리에 새로운 핵 시설로 의심이 가는 것이 있으니 IAEA 사찰을 받으라고 했다. 김정일은 주권국가에 사찰하려면 입장료를 내라고 했다. 처음에는 600만 $를 요구했으나 절반 가격인 300만 $에 IAEA 사찰단이 들어가 금창리를 살펴보도록 했다. 거금 300만 $를 지급하고 사찰했으나 금창리 동굴 속에는 핵이 없었다. 빈 동굴만 2Km 정도 이어졌고, 주변에 누렇게 말라버린 나무들만 사진으로 찍어왔다. 완전히 300만 $ 비싼 입장료를 내고 금창리 사찰을 나갔던 IAEA 사찰단 박사들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별수 없었다.

영리하게 미국과 IAEA를 농락하면서 300만 $를 벌어들인 핵 시설 일군들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영웅 칭호와 선물을 하사했다.

몇 년이 지난 후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실제 핵 시설은 금창리에서 30Km 떨어진 천마산 지하가 핵 시설이 있는 곳이다. 천마산 지하 핵 시설을 만들면서 만약의 사찰에 대비하여 영리한 토끼가 굴을 두 개 파듯이 위장 시설을 만들었는데 미국 첩보 위성과 전략 정찰기가 미끼를 물고 대어를 잡은 것으로 오판한 것이다. 핵 물질 추출라인에서 발생한 배기가스를 처리하는 것은 배순선 박사가 책임자였다.

실수로 금창리 방향으로 빼내려다 처리를 잘못해서 금창리 지하 터널 앞 평야 지대의 곡물과 수목이 노랗게 죽었다. 배 박사는 즉각 보고했다. 원자력위원회의 당세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고했다. 긴급한 일이라고 조사위원회 조사는 조사대로 하라고 하고 김정일이 직접 배 박사를 면담했다.

“내 배 박사를 도상록 박사처럼 믿었는데, 이거 어떻게 된 거야?”

“국방위원장 동지 죄송합니다만, 금창리 터널 앞에 콘크리트 시설물 지어주십시오?”

“왜?”

“어차피 미제국주의자 인공위성과 전략 정찰기가 우리 영공을 감시할 테니, 건물을 새로 지으면 차후 핵 시설 사찰을 나오면 이리 안내하면 천마산 시설은 온전히 보존할 거 아닙니까?”

“고래?”

“예, 우리가 미루긴 해도 핵 사찰을 피할 수 없으니까요. 그걸 보여주면 안심하겠지요?”

“알았으니 내가 평양 가면 바로 지시하겠소?”

그렇게 금창리 터널 앞에 신규 공사가 시작되었고 IAEA 사찰단은 위성사진과 항공사진에 찍힌 선물과 동굴을 사찰했다.

미국과 IAEA로 받은 300만$는 고스란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 개발에 쓰였다. 핵 시설을 사찰하고 간 후에 배 박사와 팀원들은 영웅 칭호를 받았다.

이 시기가 흑금성이 해직되고 자금성이 처음 임무 수행할 때였다. 의욕이 앞선 자금성은 흑금성의 빈자리를 흑금성이 하는 만큼 더 나가서는 흑금성보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변에서 조선족을 구했다. 중국 국적이면서 중국어도 능통하게 잘하고 한국어도 잘하는 사업가 윤보경 사장이었다. 윤 사장은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깨, 참깨, 밤 등을 수출하여 어느 정도 돈을 벌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송이도 사서 일본으로 수출해서 큰 이익을 남겼다. 자금성이 윤 사장에게 미화 5만 달러를 주고 금창리 터널 앞 평야 지대의 흙을 구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윤 사장이 송이, 고사리, 한약재를 사가던 사람이 금창리 터널 앞 흙을 비료 마대에 담아 가는 것을 국경경비병에게 들켰다. 즉시 보고했고 보고받은 평양에서는 그 마대를 압수하고 다른 마대에 방사능물질이 들어있는 흙을 대신 윤 사장에게 주었다.

또한 윤 사장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흙을 무단으로 반출 죄를 물어 그녀가 소지한 미화 30만 달러를 벌금으로 압류했다.

사실대로 보고받은 자금성은 서조산업 황용구 준장에게 보고하고 미화 30만 달러와 수고비 5만 달러를 더해 35만 달러를 윤 사장에게 보전했다.

그 흙은 정보사령부를 경유 미국 CIA에 운송되었다. 금창리 터널 앞 건물 신축공사 사진과 흙에서 검출된 방사능은 미국 정보당국자를 흥분시켰다. 확실한 핵 시설물임을 영상정보로 인간정보로 이중 식별한 것이니 300만 달러를 지불하고 핵사찰을 감행했으나 공사 중인 건물과 터널 안은 아무것도 없는 것만 확인하고 사찰단은 철수했다.

득남 가족 일행은 북경으로 가서 한국대사관으로 잠입했다. 자신들은 중국 공안과 북한 보위부에 쫓기는 사람들이라고 하고 한국으로 망명 신청을 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중국 대사관에서 보증하는 장소에서 지내다가 득남 일행은 북경 공항에서 대한민국행 비행기를 통해 인천 공항으로 입국하게 되었다. 비행기 가장 뒷줄에 탔다. 처음 타보는 비행기다. 기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만감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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