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글쓰기
2021년에 소설가로 등단했으니 5년 차 작가다. 물론 글쓰기야 47년 전에도 중고등학교 6년을 문예반으로 지냈고, 교지 편집위원도 했다. 우리나라 상식 수준에 어느 신문 신춘문예나 문학지에 시, 소설이 당선되어야 작가 대접받는 풍토에서 5년이 되었다. 그동안 혼자 낸 단편집 2권과 동인지 3권이 있으니 나름 게으른 작가는 아니다.
매월 일정한 날에 10여 명의 소설가가 돌아가며 작품을 내고 합평을 한다. 9명 작가는 모두 노트북으로 글을 쓴다. 나 혼자만 200자 원고지 80매를 집게로 묶어 쪽 번호를 매기고 글을 쓴다. 나머지 작가들이 요즘 누가 원고지에 쓰냐고? 노트북 하나 사라고 아우성이다. 그럴 때마다 아직 출판사 인세가 노트북 값만큼 안 들어와서라고 변명한다.
지난 6월 13일에 중학동창 모임에 47년 전 은사 두 분이 참석했다. 20여 명 선생님 중 다 고인이 되었고, 두 분만 생존하시고 두 분이 참석해 선생님은 100% 참석이다.
술이 한 순배 돌고, 직책이 총무라 선생님께 한 말씀 부탁드렸다. 한분 선생님은 나이 들면 건강이 우선이라고, 건강을 강조하셨다. 다른 한 분은 우리가 왼손, 오른손은 다 있다. 여기에 겸손을 더해 3 손으로 살면 어디 가나 환영받는다고 하셨다. 선생님 말씀에 이어 반 시계방향으로 동기생들이 한 마디씩 하고 내 차례가 되었다.
저는 명색이 작가인데, 9명의 작가는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데, 저만 원고지에 써요. 저도 노트북 구해서 글을 쓸까요? 했다.
두 분 선생님과 동기생 중 디지털 전도사로 불리는 푸른 한의원 원장이 아니라고 했다. 함 작가는 아날로그 방식의 글쓰기가 남들 보기에는 답답해 보여도 글에 진심이 묻어난다고 했다. 오히려 200자 원고지만 고집하지 말고 달력 이면지, 고출력 한 A4지 이면지, 초등학생, 유치원 어린이가 쓰다 버린 스케치북에다 소설 초안을 쓰고, 그걸 잘 보관하라고 했다. 화가 이중섭이 그림그릴 종이가 없어 은박지에 못으로 그린 그림이 높게 평가받듯 함 작가가 잘되면 스케치북, 달력 이면지에 쓴 초고가 엄청난 경매가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은사님과 동기들 격려에 아날로그 글쓰기를 고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