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혼밥 먹기 힘든 사람. 76

어망과 물고기 도둑

by 함문평

날씨가 무더워 전기세 좀 아끼려고 구로 미래도서관에 소설 초안 <로컬라이저>를 들고 입력하러 갔다. 나보다 부지런한 이용자가 많아서 안내 사서가 좌석이 없다고 했다.

아지트 디큐브시티 지하 스벅으로 갔다. 계단이 막혔다. 6월 30일부로 현대백화점 영업종료란다. 당연히 스벅매장도 사라졌다. 터덜터덜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를 걸어서 구로역 근처 스벅에서 원고지에 퇴고를 했다. 입력을 빨리해도 어차피 출판사로 보내기 전 몇 번 퇴고를 해야 하기에 오늘 입력 못해도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지나간 토, 일 이틀 동안 소설가 모임 하계 세미나를 했다. 제출한 소설로 합평을 잘 마쳤다. 만찬을 하면서 합평회 2부가 진행되었다.

정작 합평회에서 참았던 말들이 막 쏟아졌다. 평소에 몇 시간 자느냐? 질문에 낮잠 4시간 밤잠 4시간 잔다고 했다. 다른 작가는 무조건 밤잠으로 9시간 잔다고 했더니, 출판사 대표를 하면서 작가를 하는 분이 그렇게 잠을 많이 자고 무슨 성공하는 글을 쓰겠느냐? 잠을 줄이고 더 많은 작품을 쓰라고 했다.

저와 밤잠 9시간을 말한 작가는 아무리 양을 많이 써도 잠이 부족한 머리에서 나오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고 2:1로 협공을 했다. 협공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어망을 놓으러 가자고 했다.

어망 2개를 밤 12시에 설치하고, 아침 6시에 걷기로 했다. 평소 5시 30분 기상 6시부터 10시까지 최저시급 노동을 하고 집에 퇴근해 아침 겸 점심을 먹는 생활 패턴이라 5시 30분에 눈을 뜨고, 큰방으로 왔다. 모두 깊은 잠에 빠져있다. 다른 작가는 큰방에서 자고 혼자 작은방을 쓴 것은 코골이 때문이다.

사범대학은 4학년에 교생실습이 있어서 3학년 가을에 졸업여행을 하고, 필름을 잘 보관했다가 졸업앨범을 만들었다. 1985년 11월 지리산 종단 졸업여행에 지리산 장터목 산장, 세석산장에서 여학생은 1층, 남학생은 2층서 잤다. 나의 코골이 소리가 커서 1층서 잠을 잘 수 없다고 산장지기 방으로 초대되어 산장지기가 끓여준 라면에 소주를 마셨다.

세월이 흘러 86년에 소대장이 되었다. 요즘은 병영생활관이 병사도 6인실 또는 8인실이지만 그 시절은 30명 사용 막사에 한쪽 침상을 막아 소대장실, 반대쪽은 부소대장실이었다. 전역하는 병사가 애로 사항을 쓰라기에 소대장 코 고는 소리가 커서 소대원이 수면장애가 있다고 썼다. 사단 감찰장교 소령이 실사조사를 왔다. 코 고는 것이 사실이나 잠을 못 잘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했다. 감찰장교가 떠나고, 소대원을 완전군장을 시켜 연병장에 모이게 했다. 양쪽 축구골대 사이를 왕복보행시켰다. 소대장 코골이 소리로 잠을 못 잔다는 것은 낮에 교육훈련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부족한 교육훈련 보충훈련으로 2시간 동안 보행을 한다. 실시!

그 보행 이후로는 소대장이 코를 골아도 잘 잤고, 야외훈련에 전차 13대가 소대 주둔지 옆에 밤새 시동이 걸려있어도 잘 잤다.

큰방서 자는 작가를 깨우기 미안해 혼자 6시에 어망을 걷었다. 한 개는 고기가 들어있고, 하나는 비었다, 빈 것은 다시 던지고 고기 든 망은 가지고 와서 고무 대야에 물을 받아 고기를 꺼내고 개밥 사료 한 줌을 망에 넣고 다시 개울로 갔다. 자리를 이동해 던지고 왔다.

단편 <로컬라이저> 초안

토, 일 소설가 세미나 현수막

고기를 다라에 산채로 두고 또 잤다. 나중에 다른 작가들이 일어나 어망을 걷었으나 두 망 모두 고기가 없었다. 주인장 작가는 개울 옆 노인이 고기를 훔쳐간 것이라고 했다. 매년 어망을 치면 그 노인이 고기를 훔쳐갔다고. 그래도 아침 먹을 매운탕거리 확보했다고 말했다. 고기를 제가 6시에 꺼냈다고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 타임을 잃었다. 정말 매운탕은 다른 음식점에서 먹어 본 매운탕 맛 그 이상이었다. 어망을 6시에 제가 털었다고 말하지 않은 이유는 다라에 고기가 많은 것을 보고 누가 걷어왔구나 느낄 것이고, 그테여 말하면 그 작가가 노인집에 가서 사과해야하나 고민할 것 같아 참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혼밥 먹기 힘든 사람. 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