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과 지팡이를 던져버리고
어르신들 말씀에 함께 사는 부부도 궁합이 있지만 환자와 의사도 궁합이 있어서 정말 효과 보는 병원, 돈 먹는 하마지만 효과 없는 병원이 있다고 한다.
10년 전에 일당을 많이 준다기에 건설현장 해체공을 한 적이 있다. 지하철 4호선 정왕역 근처였다. 현장소장은 해체팀장에게 기량 좋은 해체공 7명이 하루에 다 털어달라고 했다. 젊은 해체공 봉희, 철구, 선기 등 3명이 전날 음주가무가 지나쳐 결근했다.
4명이 그 넓은 면적의 형틀을 모두 털 수 없으니 보고해서 2일에 나누어하자고 했으나 팀장이 고집부려 강행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폼핀을 망치로 다 제거하고 받침대를 어슷하게 세웠다. 일본말로 기리바리를 장빠루로 당겨 형틀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하필 그때 새참이 왔다고 모이라고 했다. 경험자라면 새참 좀 늦으면 어때? 하고 장빠루로 기리바리를 쓰러뜨리고 갔을 것을 그날 나는 장빠루를 처음 잡아본 날이다.
불과 새참 시간 10분, 돌아오니 기리바리를 쓰러뜨려 떨어뜨릘 형틀이 이미 보와 3-5센티미터가 들떠있었다. 큰일 났다고 다들 비켜! 하고 자리를 떴다. 이미 해체된 자재에 걸려 도망치다 넘어진 내 머리 위로 형틀이 떨어졌다. 한 개 25kg 하는 폼 8개가 앵글로 된 것이 쓰러진 내 몸 위에 가로지르고 아야! 비명을 질렀다.
119가 와서 구조하고, 팀장이 시화병원이 가까우니 마취 없이 이동한다고, 아파도 참으라고 했다. 팀장은 함문평 씨 안전모 평소에도 턱끈 이렇게 조이나요? 예, 제가 지금은 노가다하지만 21년 3개월 정보장교라 철모쓰듯 안전모 씁니다. 정말 안전모 잘 썼으니 살았지 턱끈 느슨했으면 죽었어요 했다.
시화병원 도착하자마자 전신 마취를 하고 대퇴부 골절 수술했다.
4주 후에 시화병원은 종합병원이라 수술환자를 받기 위해 나를 주민등록지 정형외과로 이송했다. 목발을 짚고, 맛없는 병원밥을 먹고, 왼 다리 이외는 멀쩡하다 보니 신경이 예민해졌다.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보였다.
자연히 초등학교, 중학, 고교, 대학, 군대 밴드에 비관적, 비판의 글을 올렸다. 병원 침대에 누워 틈만 나면 밴드에 글을 올렸다.
입원 일 년 반을 하고 집에서 병원 통원치료 환자가 되었다. 동창회 밴드에 분기 모임을 한다고 회비 3만 원 지참해서 당산역 근처 맛집으로 모이라고 해서 갔다.
오랜만에 만나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옆자리 호영이가 야, 너 윤희에게 가봤어? 아니, 왜? 야 난곡 우체국사거리에서 한의원을 이전하고 싶어도 나이 드신 고정환자 때문에 강남으로 못 간다고 하는데, 시간 내서 가봐 하고 냅킨에 한의원 약도를 그려주었다.
정형외과 통원치료가 끝난 금요일 한의원에 갔다. 접수하고 대기하다 앞 번호 환자 다 나가고 들어오라고 해서 진료실에 들어갔다.
원장은 어이구, 우리 함 작가가 언제 오나 했는데, 이제야 왔구나? 내가 너와 고등학교, 대학교는 모르겠는데, 대방초와 성남중 25 밴드에 쓸 글 대학, 군대, 고교 밴드에 올린 것은 할 수없고, 여기서 나의 침을 맞는 동안은 부정적, 비판적 글을 쓰지 마. 오늘은 너에게 침을 놓을 수가 없다. 얼굴은 그 사람 내면 심리상태, 건강상태 보여주는 거울인데 화가 주름살 사이 꽉 차서 침을 놓으면 침이 안 빠질 것 같다고 하면서 <화>라는 얇은 책을 읽어보고 어느 정도 풀리면 책을 반납하라고 했다.
정말 한의원을 나와 금, 토, 일에 20번은 읽었다. 월요일에 책을 반납하고 침을 맞았다. 오늘부터 6개 월은 월, 수, 금 다른 약속 잡지 말고 치료에 집중하라고 했다. 정말 6개 월 후 목발, 지팡이 다 던져버렸다.
더 기막힌 처방은 골프공 2개로 허리 건강을 회복시킨 것이었다. 침으로 다리 아픈 것 치료하고 지팡이 없이 걸을 수 있을 때, 한의사로 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다. 내일부터는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활을 위해 매일 8 천보에서 만보를 걸으라고 했다. 훈련을 받으면서 선배에게 잘못 맞아 허리가 아프다고 했더니 척추협착증으로 오진해서 수술받으면 치료될 수도 있고, 악화될 수도 있다. 골프공 2개를 구해서 잠자기 전 10분, 아침 기상해서 10분 발바닥으로 굴리라고 했다. 몇 년 동안 꾸준히 했다. 선배에게 잘못 맞아 아프던 허리도 말끔해졌다.
골프공 2개를 잠자기 전 기상하자마자 발바닥으로 위아래 좌 우 굴리면 온 신경을 활성화시켜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이거 모든 사람이 하면 정형외과 의사 굶이죽는다고 의사들이 정말 절친 아니면 알려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대로 해석하면 한의원 원장은 작가를 절친으로 생각한다고 해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