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뎐. 75
할아버지는 살아계시는 동안 딱 두 가지 욕만 하셨다. 이 천자문도 모르는 무식한 것이 가장 많이 쓰셨고, 참다 참다 애건 아니다 싶은 사람에게 이 천박한 연놈, 또는 연, 또는 놈이었다.
시골에서 동네서 할아버지에게 말도 안 되게 경우 없는 말을 하거나 요구하면 에이 천자문도 모르는 놈이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작가가 초등학생 되기 전에 천자문을 가르쳤다.
어린 마음에 천자문을 익혔으니 할아버지에게 천자문도 모르는 놈 소리는 안 들었다.
중학생이 되고, S중학교 지금 대방교회가 크게 확장되어 그 집이 교회에 편입되었는데, 단독 주택으로 교회 엽에 있을 때 사건이 터졌다.
교회 목사의 사주를 받은 요즘 부동산 중개사 그 시절 용어로 복덕방 노인이 작가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는 집주인에게 주변 시세보다 30만 원을 높게 쳐준다고 팔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팔지 마라 팔면 우리 장손 학기 중에 이사하면 공부에 지장 있으니 팔더라도 방학하면 팔라고 부탁했다.
그 시절이나 요즘이나 하느님보다 효과가 빠른 것에 돈이다. 집은 팔렸고 중간고사 기간에 할아버지와 방을 구하러 다니다 얻은 곳이 학교 담장 야구장 1루 쪽 외야 끝나는 곳 고등학교 영어교사집이었다.
그때 할아버지 히든카드 욕을 들었다.
이 천박한 연놈이라고.
대방교회 옆집이 팔리는 바람에 이사한 곳이 고등학교 영어선생님 댁이라 전화위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