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계절. 193
아주 오래전 할아버지는 가끔 습자를 하셨다. 할아버지는 한우 99마리 소유자라 화선지를 구해 습자를 할 수도 있었지만 꼭 신문지에 습자를 하신다고 장손에게 먹을 갈게 하셨다.
<사필귀정>, <파사현정>, <의에 살고 의에 죽자>, <참에 살고 의에 죽자>를 습자하셨다.
장손이 다닌 학교 교훈을 습자하셨다. 지금 후회되는 것이 그때 용돈으로 화선지 두장을 사서 중학교, 고등학교 교훈을 제대로 써서 액자로 만들었더라면 오늘처럼 마음이 꿀꿀할 때 그 액자만 봐도 마음의 평정을 얻을 텐데 하는 후회가 든다.
특검이 기소한 재판에서 재판장 앞에 김건희와 이준수와의 문자 메시지를 특검이 낭독하자 김건희가 구토증세를 일으키고 법정 밖으로 뛰쳐나가는 바람에 재판이 중단되었다.
많은 정치평론가는 공개된 문자에 김건희가 창피해서 그렇다고 하는데, 작가가 왕년에 교육심리학 공부한 것으로 판단하자면 김건희는 그 정도 문자에 구토증세 일으킬 만큼 순진한 여자가 아니다.
김건희는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 김광섭이 군청 산림계 공무원을 하면서 뇌물 받고 문제가 되면 경찰, 검찰 윗선에 뇌물 주고 무마한 것을 소싯적에 보고 배웠다. 거기에 아버지 돌아가신 후 새아버지 김충식은 김광섭보다 한 서너 배는 담력과 능구렁이가 있는 사람이라 잔고조작, 그린벨트를 어디에 뇌물을 쓰면 해제가 되는지 길을 알고 수십 년 편법으로 재산을 최은순과 공모해 늘렸다.
그런 내공이 쌓인 김건희는 단순하게 특검이 공개한 문자에 구토증세를 일으킬 나약한 사람이 아니다. 김건희가 구토증세를 일으킨 것은 지금 공개된 문자 그 너머 공개될 파일이 상상되어 구토증세가 발작한 것이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다음 공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