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어떻게 쓰면 초판 매진되나요?

희망의 계절. 226

by 함문평

나이 60이던 해에 소설가로 등단했다. 신춘문예 준비하려고 쓰는 소설을 꼭 신춘문예 고집하지 말고, 문학잡지에 보내보라는 동창이지만 20년 먼저 시인으로 등단한 친구 말에 현대시선에 <부적>을 보냈다. 덜컹 당선되었다.


그러자 시인이 말했다.

야, 시인이나 소설가나 혼자 글을 쓰면 자아도취에 빠져 발전이 없다고 했다.


자기는 시인이라 시 동인 모임에 나가는데, 소설가 모임을 알려주었다. 신입 인사를 하고, 소설가 12명이 돌아가면서 2명이 작품을 내고, 10명이 소감을 발표한다고 했다.


말이 소감이지 석사논문 초안에 지도교수가 빨강펜으로 수정하는 것 이상 눈물겨운 순간이었다.

심지어 등단 20년 된 소설가는 <이걸 소설이라고 썼느냐?> 호통쳤다.


다음 달부터 안 나갈 작정으로 동창 시인에게 차 한잔 하러 가되냐고 조심스레 전화했다.

오라고 했다.

수색역 근처 아름당으로 오라고 했다. 아름당이 고려당 같은 빵집으로 알고 갔는데, 세상에 금은방이었다.


왕년에 금은방이 잘되던 시절은 종업원을 두었는데, 금값이 하도 비싸 매매가 거의 없어, 종업원 없이 운영하고, 한가한 시간이 시를 쓰는 시간이라고 했다. 시인 1인 사장 사업장이었다. 식사시간이라고 출입문에 걸고 식당에 갔다. 식사하면서 말했다.


고민을 털어놓았다. 합평회 갔는데, 이걸 소설이라고 썼느냐? 소리 들어서 나가기 싫다.

그냥 혼자 쓸게 했더니, 야 누가 그딴 소릴 해? 늙은 놈이야, 년이야? 연놈들이다.


이것들이 지들은 등단 10년 20년 전에 문평보다 잘 썼을 거 같아? 아니야, 내가 시인이라 소설은 잘 안 읽지만 거기 나오는 소설가 책 제목은 다 알고 있거든, 그러거나 말거나 문평이 나름 소설 쓰고, 빨리 책 한두 권 내라. 그런 인간들은 책으로 증명해야 해 했다.

부지런히 써서 <777>, <백서>를 냈다. 둘 다 초판 매진이었다. 나에게 그걸 소설이라고 쓰냐고했던 등단 20년 차가 실실 사라졌다.


인원은 12명 그대로인데, 중간 위치가 되었다.


새로운 작가가 초판 매진된 열두 명 합평회 회원 중 유일한 작가라고 치켜세우면서 비결을 물었다. 사실이었다. 합평회 왔다 떠난 작가와 현재 합평하는 작가 포함 초판 소설이 매진된 것은 내가 1호라고 출판사 사장 겸 작가가 해준 말이다.


작가님, 어떻게 쓰면 초판 매진 책을 낼 수 있어요?


무조건 쓰는 것입니다.

비가 와도 쓰고 눈이 와도 쓰고, 칭찬을 들어도 쓰고 그게 소설이냐? 소릴 들어도 씁니다.


보수 꼴통 소리 들어도 쓰고, 진보 좌파 소설이라 낙인찍어도 씁니댜. 작가는 좌파 우파를 넘어선 양파니까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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