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군바리면 넌 민바리야. 32
시골에서 할아버지가 횡성한우 팔면 입금하고, 필요할 때마다 수기로 돈 찾으러 갈 때마다 상냥한 인사를 하는 그녀에게 할아버지는 우리 손주며느리라고 호칭했다. 아버지 역시 우리 며느라라 호칭했다.
그러니 첫 만남에서 결혼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걸 모르고 어떻게 첫 만남 남자에게 결혼을 언급하기에 뭐 이런 헤픈 여자가 있나? 의심했고, 어른 네 분에게 이 여자 거절사유만 찾았고, 치아 두 개가 본니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하는 편지를 그다음 은하수 보내는 정기화물 박스에 A4서류 봉투에 주소를 쓰는 주소표로 쓰고, 그 속에 편지를 넣어 보냈다.
강림 노인회관에 노인들은 담배 천 갑 도착에 좋아하셨는다. 우리 할아버지와 그녀 할아버지만 내가 쓴 편지를 심각하게 읽었다.
두 노인은 장손이 여자가 결혼하자고 제안한 것에 즉답을 피하고 이렇게 편지로 거절한 이유가 그녀 치아 그것도 앞니 두 개가 본니가 아니고, 치과서 해 넣은 이가 거절사유라니 이해를 못 하셨다.
조선시대 철자법 분철과 연철에 소리 나는 대로 쓴 할아버지 편지가 <등기>로 왔다. 그냥 우표 부착한 편지는 받고도 안 받았습니다. 못 받았습니다 시치밀 뗄지도 모를 장손의 성격을 꿰뚫어 보신 조치였다.
<장손 보아라>
보내준 한산도 1,000가븐 잘바다따. 편지도 자알 바다따만 여시기 앞니 두개를 해넣은거스로 여자가 곱고, 그 조부와 나의 며십년 우정을 생각해서리 결혼을 하지 거절하는 거슬 보아하니 부대 근처 사귀는 여자가 있느냐 아니믄 이미 동거라도 한거냐 궁금하다. 솔찌카게 답변바란다. 1989. 12월 상순 하래비 쓰노라.
왕년에 국어교과서에 조침문과 관동별곡을 배웠고, 전공을 국어교육과 출신이라 조선시대 마지막 훈장의 학교교육 일체없이 한문만 공부한 할아버지 편지 속에서 엄청 화가 나지만 장손이라 참고, 다시 한번 부탁하니, 이 여자와 결혼하기 바라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전 상서>
보내주신 <등기>로 보내신 서신 잘 받았사옵니다.
노심초사 장손 걱정으로 평생을 사셨기에 구순이신 할아버지 생존시에 결혼하는 것이 효도의 길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남녀평등이라고 해도 저는 그녀를 그날 처음 봤습니다. 처음 본 남자에게 저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또 더 알아보지도 않고, 결혼이야기를 말하는 것에 들까하는 정이 도망갔습니다.
부대 근처 다방과 색시집을 다니기는 해도 사귀는 여자는 없습니다. 이런 내용으로 답장을 보냈다.
부대서 인접부대 대대장, 연대장이 소개해주는 여자와 맞선을 봤으나 잘 되는 일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