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 만 들어도 지옥까지 따라간다

내가 군바리면 넌 민바리야. 39

by 함문평

지금 돌아가셨지만 할아버지에게 당숙으로 부르는 분이 계셨다. 그는 젊은 시절 미군부대 근무했다고 한다. 포커를 잘 쳤다.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작은 아버지에게 포커를 가르쳐 주었다. 1970년대 화투만 주로 치던 시절에 함 씨 집안은 그분 덕에 명절에 모이면 화투 대신 포커를 했다.

자연스럽게 학생인 나도 할아버지가 장손은 도둑질 빼고 다 배워야 한다고, 판돈도 무제한 대주셨다. 결국 포커는 확률게임이라고 하지만 자본금 많은 사람이 따는 게임이다. 내 밑천이 많으면 초반에 A2가 왔을 때 크게 질러 히든에 A가 오면 큰돈을 쓸어 담는다.

함 씨 집안에 포커를 전파한 분 어록이 A2 만 들면 지옥까지 따라가라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총각 대위 시절 광주 고등군사반 입교했다. 결혼한 독기는 백일아파트 입주했고, 총각은 화정동에서 하숙을 했다. 하숙생 7명 중에 육사 1명 학군이 6명이었다.

학생이나 군인이나 시험이 있어야 공부하지 아닌 때는 저녁을 먹고 나면 주인아저씨가 안방으로 불러 포커를 쳤다. 확실히 육사 장교가 포커를 잘 쳤다.

어느 날 함 대위도 가담하라고 했다. 처음 카드를 받고, 다음 카드를 받으니 AA88이었다. 육사장교는 하트 플러시인척 판을 키웠다. 그가 키운 판을 배로 내가 키웠다. 그랬더니 육사가 올인이라고 자기 판돈을 다 밀었다. 나도 다 밀고 확인 들어갔다. 그는 플허시고 나는 AAA88이었다.


상무대에 소문이 났다.

그 후로 감히 나에게 포커치자 소리가 없었다. 수료 전 마지막 종합평가가 끝난 날 하숙집에서 수료기념 포커대회를 했다. 이번에는 검정 스페이드로 10, J, Q, K였다. 옆 사람은 역시 하트 를 깔았고, 육사는 KK를 깔았다. 일단 K하나는 내가 들고 있으니, 상대가 K를 히든에 받을 확률은 로또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어느 누구도 바닥에 A스페이드는 없었다. 옆에서 판을 올린 것을 그거 받고, 따블로 올려쳤다. 받고 더 올려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내가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히든을 받으니 A검정 스페이드가 나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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