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20만 원

시어머니는 토종닭

by 함문평

아주 오래전 TV드라마에 3남 2녀라고 있었다. 시골에서 논과 밭 소까지 팔아 자식들을 공부시켜 돈을 잘 버는 의사 약사 판사 박사로 키웠는데 아버지가 중병에 걸리니 5명의 자식들이 다 모시기를 거부하는 내용이었다.


나보다 몇 년 선배가 공부를 잘해서 의사가 되었다.


강림에 그 선배와 연애를 하던 여자 선배랑 헤어지고 서울 부잣집 딸과 결혼했다.


시골 선배의 어머니가 서울 아들집에 갔다.


마침 며느리가 여고 동창 모임에 간다고 밥은 밥솥에 있고 반찬은 냉장고에 있으니 적당히 담아 드시라고 했다.


저녁 시간이 되었다.

시어머니는 밥을 챙겨 드셨다.


TV를 보고 싶어도 리모컨과 셋톱박스 작동을 할 수 없어 식탁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는데 가계부가 보였다.


전기세 얼마 수도세 얼마 애들 유치원비 남편 용돈 등은 이해가 가는데 촌닭 20만 원이라고 적혀있었다.


시어머니는 아들이 횡성군 강림면 촌놈이라고 촌닭을 20만 원어치나 사서 먹나 보다고 생각했다.


아들이 퇴근했다.


어머니가 물었다.


아들아 넌 토종닭을 한 달에 20만 원어치씩이나 사 먹니? 하고 물었다.


아이, 엄마는 무슨 말씀을 하세요?


내가 저녁을 먹고 TV 켤 줄도 몰라 하도 심심해 가계부를 봤더니 세상에 여기 이렇게 적혀있잖니? 하며 가계부를 보여주었다.


202X. 8. 25. 촌닭 20 만 원


아들은 이게 뭐지 생각하다가 지난달 통장정리하고 새로 통장을 만들었는데 다 쓴 통장 마그네틱 태그가 뜯긴 통장을 폈다.


통장에 그날 횡성군 강림면 강림에 사는 부모에게 20만 원 이체한 기록이 있었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거짓말을 했다.


아내 여고동창 모임에서 토종닭을 시켜 먹은 것입니다라고 했다.


점점 경로사상이나 장유유서가 무너지는 세상이다.


나도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너도 내 나이 되어봐라 하셨다.


나도 아버지에게 너도 내 나이 되어봐라 소리를 들었다.


젊은 사람은 모른다 어른의 세상을.


오래전 코미디 프로에서 서울 아파트 이름이 점점 외국어가 늘어나고 발음하기 힘든 것으로 바뀌는 이유가 시골서 시어머니가 올라오기 싫어하게 만들려는 숨은 뜻이라고 했는데 씁쓸한 이야기만 늘어난다.


요즘 나훈아 가수가 테스형! 하고 부른 노래 가사처럼 세상이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한 것처럼 뉴스 보기가 겁난다.


세상은 변한다. 변하는 것에 노인들도 같이 변해야 산다. 요즘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모르면 세상 살기 어렵다.


어렵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읍 면 동 문화센터 주민센터에 가면 무상이거나 돈을 받아도 저렴한 수업료로 인터넷 스마트 폰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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