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군바리면 넌 민바리야. 66
학생시절 국어교과서에 실린 김동환 시 <북청물장수>를 시험 잘 보기 위해 암송했다.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쏴아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물장수
북청물장수가 아니라 장기물장수를 잠시 했다.
소대장 시절 지하수중모터가 고장 났다. 사단공병대가 다른 부대 수중모터 먼저 고장신고 들어온 곳부터 수리반이 이동하면서 수리하니 우리는 2주 후에 가능하다고 했다. 하는 수없이 병장 중에 전역일이 가장 가까운 2명을 뽑아 물지게를 지게 했다. 병장 2명 중 1명은 공주 출신이고, 1명은 서울출신이었다. 촌에서 나뭇단이라도 져본 경험이 있는 공주 출신은 잘 지는데, 서울 출신은 젬병이었다. 장손이라 나도 지게 한번 안 져보고, 낫질 한번 안 하고 컸지만 어깨에 초록 견장과 모자에 다이아몬드 계급장 힘으로 물지게를 작심하고 하루 져봤다.
물지게는 좌우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중심이 안 맞으면 한쪽이 기울면 홀라당 뒤집어진다.
물지게를 지고 힘들지만 소대원 앞에 안 힘든 척하고 서너 번 물을 길어 몰통에 담았다. 마침 연대장과 연대정훈 장교가 장기리 앞을 지나다가 소대장이 물지게 진 것을 봤다.
그것을 연대장이 사단장에게 보고했다. 정훈장교는 사단 정훈공보 참모에게 전우신문 기사 쓰듯 미담사례로 보고했다.
정말 쑥스럽게 물지게 매일 진 것도 아니고 딱 하루 경험으로 사단 소위 중에 가장 솔선수범하는 소위가 되었다.
소대장 집체교육 들어가니 그 건으로 사단장 표창을 수상했다.
북청가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