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녹음 전화기

by 함문평

요즘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전화도 하고 유튜브도 보고 영상통화도 하니 응답녹음 전화기를 이해 못 할 것이다.


1990년에 응답녹음 전화기는 일반전화기 5배 돈을 주고 구입했다.


이유는 부산 해운대 신시가지가 된 탄약사령부 경비중대에 현역은 40명이고 방위병 210명을 70명씩 나누어 주간조 야간 홀수일조 야간 짝수일조 근무하는데 퇴근해 동네서 불량사건으로 파출소에 잡혀있을 때 군인이라고 헌병대에 이첩되기 전에 빼내야 했다.


휴일에 도마성당에 미사를 마치고 오면 서너 개의 메시지가 들어있었다.


충성 강판구입니다. 서면파출소입니다.


충성 이기성입니다. 해운대 파출소입니다.


충성 배성섭입니다. 온천장 파출소입니다.


충성 정문호입니다. 기장파출소입니다.


녹음을 듣고 메모해서 교통비를 최대한 적게 들이고 파출소를 순례하는 메모를 해서 버스노선 편한 곳은 버스로 버스가 곤란한 곳은 택시로 돌며 방위병 중대장이라고 하고 중대 범죄가 아니면 군기교육으로 다스린다고 신변인도서인수서를 써주고 빼왔으니 응답전화기 값이 아깝지 않았다.


자동응답 전화기로 난처한 일이 생겼다.


응답기에 아내와 해운대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들어오니 전화기 빨간불이 깜빡거렸다.


녹음 내용이 있으면 깜빡거리고

듣기 버튼 누르면 녹음 소리가 나오고 다시 대기가 되면 초록불이 된다.


버튼을 누르니 자동차 소음과 여자 목소리로 국어교육과 여자 후배인데요.


해운대 근처 선배님 근무한다고 전화했는데 안 받으시네요.


선배님 사랑해요. 여행 중에 음성 남겨요.


보고 싶어요!


아니 국어과 여자 후배가 한둘이냐고? 성명을 밝혀야지 몇 학번 누구다라고.


그 정처불명 여자 후배의 녹음으로 아내와 대판 싸웠다.


누구냐? 집전화번호 알려줄 정도 면 누구냐? 목소리 들면 알지?


말해!


말해!


우리 더 늦기 전에 이혼하자?


아니야 이름 없는데 후배 증거가 아니지?


여자 입으로 함문평 선배님 사랑한다는데 국어과는 결혼한 남자 선배에게 그렇게 아무 때나 전화해?


그 사건으로 나는 1주일 동안 아침 굶고 일찍 출근해 부대 식당서 병식을 했다.


지금도 궁금하다 그해 여름 해운대 지나간 후배 여학생 자수 바란다.

세월이 지나 동문 모임에 갔다가 자동응답기에 녹음한 여자 후배를 알게 되었다. 그녀도 나에 대해 좋은 감정이 있었고 나도 그녀를 좋아했는데 좋아한다는 말도 못 하고 졸업을 했고 장교가 되었다.


중대장 시절 그녀 남동생이 우리 중대원인 것을 그녀 부모님을 모시고 동생 면회를 왔다. 면회실 빈자리가 없어서 중대장 관사를 면회장소로 빌려주었다.


아내에게 부산 해운대 시절 자동응답기에 녹음한 여자라고 아내에게 소개하고 면회실과 충성마트 빈자리가 없어서 오해도 풀고 중대원 부모와 누나 면회도 하라고 관사 거실을 잠시 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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