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정리하다가

부모의 성적표

by 함문평

꽤 오래전 전셋집에서 처음 내 집마련해 이사할 때 일이다.


그동안 딸이고 아들이고 공부해라. 학점을 잘 받은 편인데도 아내는 공부 다음 학기는 더 잘 받아라고 했다.


딸이 물었다.

아빠는 왜 학점 더 잘 받으라는 말 안 해?


응 그건 딸이나 아들이나 아빠 학점보다 높기 때문에 그냥 보고만 있는 거야.


학점은 그 정도면 되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 전공 이외의 것인데 한 번쯤 공부해보고 싶은 거 있으면 다른 과 아래 학년이라도 수강신청해 공부하기 바란다고 했더니 아내는 펄펄 뛰면서 애들 신세 망칠 일 있어요?


아비가 자식 잘 되는 길을 안내해야지 어떻게 다른 과를 일반 선택 수강하면 학점 잘 나올 거 같아요? 하면서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을 했다.


이삿짐 부피를 줄여야 이사업체 견적 금액 적게 나온다고 휴일에 하루 날 잡아 하루 종일 버릴 거 버리고 이사에 가져갈 것만 정리를 했다.


딸이 이거 엄마 아빠 성적표다! 소리를 질렀다.


어디 봐했더니 정말 나의 성적표와 아내의 성적표가 있었다.


아들이 보더니 어어 엄마도 C 있네? 하면서 이 시간 이후 저에게 학점 C이상 넘으면 뭐라 하지 마세요? 했다.


나는 그냥 모른 척 자리를 비켰다.

거기서 아들 편을 들었다가는 전쟁이 날게 뻔해서 피했다.


세월이 10년 또 흘렀다.


떨이 평사원에서 주임 대리 과장 거쳐서 팀장이 되었다.


딸이 하는 말이 아빠 우리가 공부할 때 아빠 생각을 좀 더 강하게 어필하지 왜 맨날 엄마 눈치만 봤어요? 한다.


야 무슨 소리야?


아니 아빠가 내 전공만 공부하지 말고 심리학 문화예술 분야 다른 학문도 관심 있으면 아래 학년 일반 선택 공부하는 거요.


그때 엄마 주장대로 전공학점 잘 받으면 만족해야지?


그런데 제가 팀장이 되고 나니 그때 심리학이나 문화 예술 개론이라도 공부했으면 팀원들 다양한 생각 다양한 주장을 좀 더 자신 있게 조정 합의의 길로 갈 거 같아서요 했다.


그건 딸 마음 가짐이 중요하고 요즘 가장 좋은 대학이 네이버 다음 구글 검색창 대학이고 강의실은 유투버에 다 있다. 그런 걱정 말고 팀장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라고 했다.

요즘도 학력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사람을 보면 세상은 21세기인데 일제 식민지시대를 사는 사람으로 보인다.


요즘은 전 세계 유명한 100대 대학의 도서관 자료는 거의 전산화가 이루어져서 돈과 인터넷 검색 실력과 그 사이트 회원가입하고 승인받으면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는 셋ㆍㅇ이다.


가장 좋은 대학교는 하버드 예일 서울대가 아니라 네이버 다음 구글 대학이다. 검색창에 궁금한 것 입력하고 돋보기 누르면 아주 희귀 거나 군사보안으로 통제된 것 아니면 다 불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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