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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디자이너 선우공주 (8)

내 조카 선우공주

by 함문평

미정이가 차린 밥상을 들고 선우공주 방을 두드렸다. 공주야, 문 열어봐? 딸이 가장 좋아하는 외삼촌 오셨다. 외삼촌이 너랑 겸상하신다고 했어!


철옹성처럼 굳게 닫혔던 방문이 딸깍 열렸다. 공주는 내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마치 남자 친구와 허그하듯 했다. 나는 그녀 목과 머리를 감싸 안았다.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흐느껴 울었다. 나는 그녀 등을 한 손으로 두들겨 주고 한 손으로 밥상이 있는 곳으로 끌어당겼다. 한참을 울더니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 밥상 앞으로 왔다.


죄송해요, 외삼촌 오래간만에 오셨는데 눈물 보여서.


야? 외삼촌이니 이렇게 맘대로 울지 네 아빠 같으면 우는 거 받아주겠어? 했더니 맞아요! 했다.


그래, 공주야 사람은 울고 싶을 때 펑펑 울어야 해. 울고 싶을 때 울지 못하는 사람은 기뻐도 슬퍼도 자신 감정을 남을 의식해 속이는데 아주 정신 건강에 나쁜 거야. 밥 먹자?

예, 외삼촌 군인 제대하고 처음인 거죠?

그래. 말로만 밥 한번 먹자고 통화만 하고 이렇게 너와 밥 먹는구나?

외삼촌은 종호랑 보림이랑 대화 잘하세요?

보림이는 같이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는데, 종호는 존 바이든 보는 것보다 더 어렵다. 바이든은 뉴스에서 보지 종호는 스케줄이 너무 바쁘다.

애인 있어요?

아니, 게임!

피시방에서 살아요?

거의 회사 퇴근하고 나면 피시방서 시간 보내다 집에 밤 12에 와서 씻고 자고 아침 6시 기상 7시 출근 그러니 얼굴 볼 시간이 없다.

아, 보림이 언니와 종우 본 지도 오래되는데?

부산서 직장 구하지 말고 서울로 와서 직장 구해?

에이 서울에 있는 대학 출신도 아니고 부산대 출신이 서울에 취직되겠어요?

그런 생각 자신을 어디 출신이라고 미리 한정하는 것이 공주를 부산에서만 직장을 구하는 것이거든. 오래전 정신과 의사 유명한 사람이 해준 이야기인데 독수리 새끼를 닭장에서 키우면 독수리가 다 커도 창공을 날지 못한다고 하더군. 우리 선우공주는 독수리가 닭장에 갇힌 형국인데 하나씩 닭장 철조망을 치우도록 하자?

어떻게요?

일단 밥을 깨작깨작 먹으면 오던 복도 달아나거든 잘 먹어.

예.


밥을 다 먹을 때, 미정이가 커피 두 잔을 만들어 왔다. 엄마도 커피 한잔 가지고 오라니까 엄마가 옆에 있으면 외삼촌에게 하고 싶은 말 다 못한다고 미정이 부부는 거실에서 마신다고 했다.


외삼촌은 외숙모 하고 보림이랑 종호랑 대화 잘해요?

아니, 내가 보림이 종호에게 꼰대 같다고 왕따를 당하지?

어머 어머!

뭐가 어머야? 너도 네 엄마랑 아빠랑 방문 콕 닫아버리고 지낸 지 꽤 된다면서?

그 말 언제 들으셨어요?

부산 터미널서 여기 오면서 엄마는 운전하고 아빠랑 이런저런 말을 하면서 왔는데, 공주 네 생각에 우리나라에 너처럼 부모랑 말 안 하고 방콕 하는 사람이 남녀 몇 명이겠어?

한 5천에서 만 명 정도?

일본이 20년 전에 이런 2030이 백만 명이었거든, 우리나라는 백 만인지 120만인지 통계를 믿을 수 없다. 왜냐하면 자식이 그런 집도 아닌 척! 하고 지내거든.

아~예.

그러니 공주 전혀 기죽을 필요도 창피한 마음도 가질 필요 없어. 네 엄마, 아빠만 꼰대고 자식과 대화 안 통하는 거 아니고 한 3천만 명은 집에서 부모들은 꼰대소리 자식들에게 듣고, 부모는 자식들에게 속 터진다고 하고 아닌 척! 하고 살아간다고 보면 된다.

예.

그러니 방콕 하지 말고 부모에게 효도도 하지 말고 불효도 하지 말고 사람 대 사람으로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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